개인이 거대한 기관을 상대로 민원을 신청하면 누가 이길까? 물론 어떤 기관이냐에 따라 다르다.
민원을 신청할 때도 있고, 개인의 잘못이 있더라도 여건과 환경에 따라 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개인의 의견을 승인해 주는 기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개인이 아닌 기관이 이기는 것이 우리 사회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올해 나는 큰일이 발생했다.
장애로 인해 다리 근력 운동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야 했다. 몇 킬로미터씩 자전거를 타곤 했고, 평소에 다니던 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 119를 통해 병원에 2개월을 입원하게 되었다.
경찰이 와서 사고 조사를 했는데, 그곳은 인도이니 자전거가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 혼자 사고가 아니라 여고생과 부딪혀서 여고생의 치아에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그 여고생의 치료비를 내가 다 부담해야 했다.
왜?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나 차도를 통해서 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인도로 지나가다 사고가 났기 때문에, 자전거가 가해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고 조사 결론이 났다.
병원 치료를 다 받고 출근했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당이득금을 받았으니 보험료를 다 토해내라고 했다. 나는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온라인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지금은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도 민원을 냈다. 부당하게 보험료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위원회들은 별개의 문제라며 공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나는 주장했다. 장애인복지법, 국제인권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의하면 장애인은 자전거, 휠체어, 전동 휠체어 등을 이용해 보도를 다닐 수 있으며, 각 지자체는 장애인편의증진법에 따라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법의 명시되어 있다.
누차 이러한 사정으로 이의신청했고, 온라인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이의신청은 공단에서 기각되었다. 행정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것 또한 개인보다는 기관의 승리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유엔인권법, 장애인, 노인, 임산부 편의증진법에 따라 장애인이 그 행위를 했을 때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데, 공단은 자동차관리법과 건강보험법에 따라 부당이득금 환수 조치를 한다.
나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개인이 거대 조직인 공단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법이 있는데, 법대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고 법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진 자는 법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리고 못 가진 자는 법대로 한다면 무조건 처벌의 대상이 되는 사회다.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 살고 있다.
나는 인권, 차별, 권익옹호를 주장하고 강의하지만, 내가 당할 때는 인권과 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잣대가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 여고생보다 내가 더 많이 다쳤고, 병원비가 더 많이 들어갔고,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1년을 보냈다. 아직까지 행정심판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거대한 기관의 손을 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개인은 무기력하게 잠잠해야 한다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가?
국가에 소속된 기관에 민원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내게 잘못이 있다는 뜻인가? 그러나 개인의 상황과 여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 등을 고려하여 결론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사건은 여러 법률의 충돌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원칙적으로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인도에서의 자전거 통행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복지법 제23조(편의시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이동 및 교통수단 등에서의 차별금지)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근력 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인도를 이용한 것이 과연 법 위반인가? 아니면 정당한 이동권 행사인가?
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는 속임수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장애인이 이동권을 행사하다 발생한 사고로 인한 치료가 과연 '속임수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하는가?
나는 이것이 법률 간의 충돌이며,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법 적용이라고 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기관들마저 공단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별개의 문제"라는 말로 개인의 억울함을 외면한다.
개인과 거대 기관 사이의 싸움은 처음부터 불평등하다. 그 기관은 변호사, 전문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개인은 혼자서 법률을 공부하고, 민원을 작성하고, 온라인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나는 그나마 여러 가지 기본적인 법률에 대해서 알아보고, 건의할 수 있는 여건이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힘들다. 일반 중증 장애인이라면 얼마나 더 어려울까?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행정심판 결과를 기다리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단순히 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수많은 장애인이 이동권을 행사하다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법은 변해야 한다.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관은 개인의 사정을 귀담아듣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행정심판에서 진다 하더라도, 이 경험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과 법률 적용의 문제점을 알리고,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것이 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의 책임이고, 나를 믿고, 따르고, 지지해 주는 제자들 또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