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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여름 캠프는 펜션과 논밭이 어우러진 시골 마을에서 열렸다.
내가 이 캠프의 참가한 가장 큰 목적은 그녀였다.
밤낮없이 머릿속을 맴돌던 그녀,
회사에서는 김 대리로 불렸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그냥 한 사람의 여자였다.
나는 며칠 전부터 그녀의 취향을 몰래 알아내 작은 은색 목걸이를 사 두었다.
오늘 새벽, 나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고백할 계획이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 나는 설렘과 긴장감에 일찍 눈을 떴다. 목걸이가 든 작은 상자를 품에 안고 텐트를 나섰다. 새벽 공기는 도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습하고 차가웠다. 주변은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아 있었다.
심장이 뛰었다. 저 멀리, 자욱한 안갯속에서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그녀가 논둑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이다. 이 고요한 순간, 아무도 없을 때.'
그런데, 그녀의 바로 옆에 군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su는 그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고, 그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기대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둘의 실루엣은 안갯속에서도 너무나 친밀해 보였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손에 쥔 목걸이 상자가 갑자기 차갑게 느껴졌다.
지금 다가가서 내가 준비한 말을 할 수 있을까? 군복 입은 남자 앞에서?
결국, 나는 뒤돌아 텐트로 조용히 돌아왔다.
갓 잠에서 깬 동료에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저기, 혹시 김 대리 옆에 있던 그 군인 아는 사람이야?"
동료는 하품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아, 그 사람? 김 대리 애인이잖아. 휴가 나왔다고 이쪽으로 부른 거 같던데. 김 대리가 엄청 보고 싶어 했거든."
'애인.' 두 글자가 내 귀에 묵직하게 박혔다. 내가 보았던 그녀의 환한 미소, 어깨에 기댄 자연스러운 모습.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내게 '기회'라고 여겨졌던 새벽 산책은, 실은 누군가에게는 '재회'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삶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던, 그저 캠프의 동료였을 뿐이었다.
다음 날 새벽, 역시나 안개가 자욱했다.
이번에는 아무도 깨우지 않았다.
목걸이 상자는 텐트 안에 두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어제 걸었던 그 논둑길을 나 혼자 걸었다.
어제 그녀가 군인 애인과 함께 걸었던 그 길.
안개는 여전히 짙었지만, 어제의 그 막막함과는 다른 종류의 고요함이 나를 감쌌다.
논둑길에 박힌 내 발자국 외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나는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며, 품에 묻어두려 했던 감정을
나만의 비밀스러운 일기장 찢듯이 깨끗하게 정리했다.
안갯속에서 나는 그녀와의 거리를, 그리고 나의 자리를 확실히 깨달았다.
이제 돌아가서 나는 다시 평범한 동료로 그녀를 마주할 것이다.
목걸이는 잠시 상자 안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캠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안개를 걷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