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행복

SS01

by 이로

나는 사업을 거하게 말아먹고 아내와 함께 동네 한 귀퉁이에서 작은 밥집을 차렸다.

이름도 거창한 '행복 백반'.

행복은커녕 매일 아침 재료를 다듬는 고된 노동과 밤늦게까지 설거지하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아내와 나는 묵묵히 밥을 퍼 날랐다. 더 이상 허황된 꿈을 꾸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시였다.


어느 비 오는 오후, 가게 문이 열리며 화려한 정장을 빼입은 남자가 들어섰다. 친구였다.

대학 시절부터 패기와 야망이 넘쳤던, 늘 '크게 될 놈'으로 불리던 재영이었다.

그의 넥타이는 번쩍였고, 그의 미소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반면, 나는 앞치마에 고춧가루 얼룩이 묻은 채 그를 맞았다.

재영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낯선 미소를 지었다.

"고생이 많네, 이게 네가 원했던 삶은 아닐 텐데…."

나는 담담하게 웃으며 주방에서 끓이던 국을 휘저었다.

그는 애써 담담한 척하는 내 어깨를 두드리고는 테이블 위에 두툼한 돈 봉투 하나를 툭 내려놓았다.

"이거라도 받아. 자네 재기하는 데 보태. 부담 갖지 말고, 친구끼리."

나는 고맙다며 거절했지만, 재영이는 이미 자신의 성공을 과시했다는 사실에 만족한 듯 허세를 부리며 가게를 나섰다. 나는 봉투를 열어 금액을 확인했다. 우리가 한 달 내내 땀 흘려 벌어야 할 액수였다.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봉투를 그대로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그 돈의 무게만큼 재영이의 오만함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몇 달 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재영이가 다단계 사기 혐의로 구속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규모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의 '크게 될 꿈'은 결국 타인의 눈물을 밟고 세운 모래성이었다.

나는 며칠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재영이 면회 좀 가봐야겠어."

면회를 오기 전 그에게 지난번 받은 돈을 영치금으로 보냈다.


철창 너머로 만난 재영이는 초라했다.

번쩍이던 넥타이도, 자신감 넘치던 미소도 사라진 채, 낡은 수의를 입고 앉아 있었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게 네가 원했던 큰 사업의 결과냐."

재영이는 고개를 숙였다. 한참 뒤, 그가 흐느끼며 말했다.

"아니…. 이제 와서 보니, 내가 부러워하는 건 너였어."

그는 내가 사업을 말아먹고도 아내와 함께 매일 밥을 해 먹고, 눈을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일상의 단단함을 부러워했다. 남의 돈을 탐내지 않고, 매일 자기 땀으로 정직하게 벌어 채우는 삶의 안정감을 부러워했다. 그는 이성을 잃고 오직 숫자에만 매달렸던 자신의 삶이,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찢겨 버렸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지난번 네가 나한테 줬던 돈은 영치금으로 보냈다. 네가 나를 도울 입장이 아닐 때 받은 돈이라 차마 쓰지 못했다. 이걸로 네 몸 건강히 챙기고, 다시 시작할 밑천으로 써라."

재영이는 눈물범벅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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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로 돌아와 앞치마를 둘렀다.

아내가 웃으며 "오늘 식당 메뉴는 백반에 미역국이에요."라고 말했다.

나는 따뜻한 밥 냄새를 맡으며 깨달았다. 가장 큰 재산은 내 옆의 사람이고, 가장 안정적인 사업은 매일의 정직한 일상이라는 것을.

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밥을 지어 손님들에게 퍼줄 것이다.

이 소박하고 단단한 삶을 지키는 것이, 그 어떤 큰돈보다 값진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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