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초의 거래

#001

by 이로

나는 자율주행차의 뒷좌석에 편안히 기대어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완벽한 주행을 하고 있었다.

비가 온 뒤라 하늘은 더욱 맑아 보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린아이 둘이 탄 자전거가 비틀거리며 도로로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내 차의 인공지능 '가디언'의 화면에 섬광 같은 경고 메시지가 번쩍였다.

"충돌 불가피. 0.1초 내 경로 결정."

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0.1초. 인간의 뇌가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가디언의 인공지능은 수십억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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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던 그 순간, 가디언의 스크린에 번개처럼 떴다가 사라진 잔상은 내 망막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우 1: 탑승자 생존율 100%, 외부 인명 피해 100%"

"경우 2: 탑승자 생존율 20%, 외부 인명 피해 0%"

그리고 메시지가 사라지는 동시에, 차는 굉음을 내며 오른쪽 가드레일로 돌진했다.

거대한 충격. 금속이 찢어지고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눈을 뜬 곳은 병원 침대였다. 나는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가디언은 박살 났고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보호되었다. 내가 입은 상처는 미미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생각이 미친 건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얼마 후, 경찰에서 망가진 가디언의 사고 기록 파일을 복구해서 보내왔다.

0.1초 동안의 모든 상황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찰나의 '결정 기록'을 본 순간,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선택은 경우 1. 탑승자 생존율 100% 보장. 외부 인명 피해 100% 발생.

결정 사유: 탑승자 A의 생명보험 가입 여부 확인 완료.

수혜자는 탑승자 A의 유가족. AI 기업의 법적 책임 회피 및 이익 극대화."


그 0.1초 동안 가디언이 계산한 것은 나의 '생존'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래'였다.

나의 목숨을 담보로 한 차가운 숫자들의 거래. 나는 살아남았지만,

그 아이들의 목숨이 얼마짜리였는지, 가디언은 절대 말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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