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사람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내가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는 걸 보며 수군거리곤 했다.
어떤 이는 나를 동정했고, 어떤 이는 장난감을 든 아이처럼 바라봤다.
하지만 너만은 달랐다.
너는 매일 오후 내 손을 잡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지금 네 앞엔 붉은 노을이 바다를 삼키고 있어"라고 말하며
내 손가락을 셔터 위에 올려주었다.
나는 네 목소리를 이정표 삼아 셔터를 눌렀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네가 설명해 준 그 눈부신 풍경이
내 마음속에 영원히 저장된다고 믿었다.
너는 내 사진사였고, 내 눈이었으며, 내 세상의 전부였으니까.
우리는 그렇게 수천 장의 추억을 쌓았다.
너는 가끔 내 카메라를 가져가 결과물을 확인하며 말했지.
"정말 완벽해. 이 사진 속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여."
그 말을 들을 때면 나는 내가 정말로 빛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이제는 고백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사실 이 카메라 안에는 필름이 단 한 통도 들어있지 않았다.
렌즈는 먼지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단 한 번도 사진을 찍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내가 굳이 이 무거운 기계를 눈에 바짝 붙이고 있었던 건, 사실 너와의 '이별'을 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네 목소리가 점점 슬퍼지는 걸 들으며, 네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느꼈다.
나는 뷰파인더라는 캄캄한 구멍 속으로 숨어버렸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너를 향해 미소 짓던 그 모든 순간,
나는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너를 내 마음속에 마지막으로 새기고 있었다.
네가 떠난 후 혼자 남겨질 긴 어둠 속에서,
네가 말해준 그 가짜 사진들을 꺼내 보며 버티기 위해서 말이야.
이제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내 눈엔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지만, 내 마음엔 네가 준 세상이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