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022

by 이로

이층 난간에 기대어 아래층 주방을 내려다봅니다.

오늘은 나의 마흔 번째 생일, 성대한 만찬이 열릴 예정입니다.


흰옷을 입은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들은 평소보다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을 꺼내어 숫돌에 갑니다.

서슬 퍼런 칼날이 주방 조명 아래에서 섬뜩하게 빛납니다.

도마 위에는 갓 베어낸 듯한 고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낯설고 매캐한 향신료 냄새가 층계를 타고 올라와 코끝을 찌릅니다.

커다란 냄비 안에서는 액체가 김을 내며 펄펄 끓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오직 나를 위한 준비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차출된 최고의 요리사들이 나의 생일 식사를 책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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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감상합니다.

이 제국에서 나의 명령은 곧 법입니다.

이제 곧 근사한 식사가 시작될 시간입니다.


그때, 주방장 한 명이 천천히 손을 들어 등 뒤에서 붉은 깃발을 꺼내어 흔듭니다.

주방 곳곳에 숨어 있던 무장한 병사들이 흰 요리사 복장을 찢으며 나타납니다.

그들이 나를 향해 검을 치켜들며 외칩니다.

"폭군의 심장을 도마 위에 올려라! 오늘이 놈의 마지막 만찬이다!"


나는 도망치려 발을 뗐지만, 이층 난간은 이미 기름이 칠해진 듯 미끄럽습니다.

아래층에서 끓고 있던 것은 육수가 아니라 나를 태워 죽일 기름이었습니다.

요리사들이 칼을 들고 계단을 뛰어오릅니다.


그들의 칼날은 이제 식재료가 아닌, 나의 목을 겨누고 있습니다.

나는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이한 오늘,

그들의 식탁 위에 오를 처지가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내가 삼킨 수많은 목숨의 대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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