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길은 좁고 축축했다.
천장에서는 끊임없이 물방울이 떨어졌다.
친구는 앞장서서 손전등을 비췄다.
나는 그의 뒤에서 묵직한 망치를 만지작거렸다.
그가 희귀한 광석을 발견했다고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하지만 광석은 필요 없다.
오늘, 이 동굴은 그의 무덤이 될 것이다.
"여기야, 정말 아름답지?" 친구가 멈춰 서서 벽면을 가리켰다.
그의 손전등 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망치를 높이 들어 그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려쳤다.
'퍽' 소리와 함께 그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을 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피가 흐르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친구의 몸에서 투명한 유리 조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전등 빛이 벽면에 반사되어 내 눈을 찔렀다.
사방이 거울이었다.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수백 명의 내가 보였다.
그때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네 본모습을 봤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멀쩡한 모습의 친구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내 망치보다 훨씬 큰 바위가 들려 있었다.
"너는 방금 거울 속에 비친 나를 죽인 거야." 친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이 동굴 입구는 방금 내가 무너뜨렸어."
나는 미친 듯이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거울에 반사된 가짜 통로들뿐이었다.
나는 수천 명의 나에게 둘러싸인 채,
차가운 유리 파편 위에서 영원히 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