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나는 눈을 뜨자마자 벽에 걸린 시계부터 확인했다.
시곗바늘은 멈춰 있었다.
아니, 거꾸로 돌고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는 시계가 제대로 돌고 있었다.
침대는 따뜻했고 방 안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두려웠다.
어디까지가 진짜 세상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 안을 걸었다.
바닥의 서늘한 감촉이 발바닥에 전해졌다.
창밖에는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자동차 경적이 시끄럽게 들렸다.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하고 완벽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제 진짜 깨어난 거야."
나는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부엌으로 가서 가스레인지를 켰다.
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느껴졌다.
이런 감각까지 가짜일 수는 없었다.
나는 식탁에 앉아 신문을 펼쳤다.
오늘 날짜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문득 손등이 가려웠다.
나는 무심코 손등을 긁었다.
그런데 손등의 피부가 종이처럼 얇게 벗겨졌다.
통증은 전혀 없었다.
벗겨진 피부 아래에는 살점이 없었다.
대신 깨끗한 흰 종이가 돌돌 말려 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려 내 팔 전체를 훑었다.
팔목에도, 팔꿈치에도 작은 지퍼가 달려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지퍼를 내렸다.
그 안에는 텅 빈 공간뿐이었다.
그때 내 방문이 열렸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커다란 지우개가 들려 있었다.
"여보, 이번 꿈은 너무 길게 꾼다. 이제 지울 시간이야."
그녀가 내 얼굴을 지우개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내 시야가 하얀 가루와 함께 사라졌다.
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입이 먼저 지워졌다.
마침내 나를 지운 아내가 스케치북을 덮으며 말했다.
"내일은 좀 더 현실적인 남편을 그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