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내 마음, 어쩔건데?

by 이로

가끔 상상해본다.

만약 내 마음을 MRI 찍듯이 샅샅이 볼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마 쭈글쭈글하고, 여기저기 꿰맨 자국 투성이일지 모른다.

젊음을 빙자한 치기 어린 실수, 가족과의 서운함, 친구와의 오해, 알바에서의 현타,

그리고 짝사랑의 아픔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들이 내 마음을 스쳐 갔고,

그 흔적들은 고스란히 남아있겠지.

마치 군대 다녀온 오빠의 너덜너덜한 군복처럼.


어쩌면 우리는 ‘상처 없는 마음’을 꿈꾸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이야말로 완벽한 것이라고 믿었을 거다.

하지만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마음이 과연 세상의 풍파를 견뎌낸 마음일까?

오히려 너무 여려서 아무것도 겪어보지 못한 마음은 아닐까?

모태솔로인 내 친구가 연애 고수인 척 조언할 때마다 드는 생각과 비슷하다.

나는 가끔 초딩 때 썼던 일기장을 꺼내 보곤 한다.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토라지고, 작은 칭찬에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했던 그때의 나.

지금 돌아보면 참 순진하고 귀여웠다. (물론 지금도 귀엽다. 풉!)

하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가진 단단함을 몰랐고,

상처가 주는 성장의 의미도 깨닫지 못했다.

우리는 상처를 입으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뜨거운 불에 손을 데어봐야 '앗, 뜨거워!' 하고 불 조심을 하게 되고,

차가운 얼음에 미끄러져 봐야 '젠장, 조심할 걸!' 하고

다음엔 발걸음을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손절' 당해 봐야 사람을 좀 더 신중하게 믿는 법을 배우고,

인턴십에서 '광탈' 당해 봐야 좌절 속에서도 다른 길을 찾는 법을 익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상처는 아프고, 때로는 우리를 주저앉게 만들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 아픔 속에서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지혜로워진다.

마치 흙덩이가 가마 불 속에서 단단하고 예쁜 도자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그 어떤 명품 도자기보다도 귀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니까.

비록 크고 작은 흠집이 있을지라도,

그 흠집들은 우리의 삶의 흔적이자 존재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무늬가 되는 것이다.

누가 내 마음에 '스크래치' 냈다고 우울해할 필요 없다는 얘기다.


어느새 20대 후반, 아니 벌써 서른을 바라보는 나는 이제 삶의 많은 부분들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되어간다. (아, 아직 젊다. 젊어!)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의 마음이 마치 한 장의 지도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구불구불한 길, 높은 산, 깊은 강처럼 다양한 상처와 경험들이 그려져 있는 지도.

그 지도를 보면서 우리는 어디에서 '길을 잃었고', 어디에서 '넘어졌으며',

또 어디에서 '다시 일어섰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흑역사 가득했던 젊은 날의 치기, 미숙함, 그리고 그로 인해 겪었던 아픔들.

그때는 '진짜 죽을 것 같았는데' 했던 일들도 지금 돌이켜보면

잔잔한 미소를 띠게 하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마치 롤러코스터 탄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릴 적에는 그 친구가 나보다 훨씬 철없고, 실수도 많이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속 깊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도 젊은 시절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 친구의 마음속 지도에도 나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굴곡들이 새겨져 있었던 거다.

결국, 마음의 상처는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스승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통해 우리는 공감 능력을 배우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며,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을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우리 마음속의 상처들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고 보듬어줘야 할 때다.

주름살이 늘어가고 흰머리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듯,

마음속에 상처가 생기는 것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내 얼굴에 새겨진 주름들을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미간의 주름은 '현생의 고뇌'를,

눈가의 주름은 '행복했던 덕질'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처럼 우리 마음속의 상처들도 우리의 삶을 이야기해주는 소중한 기록이다.


그러니 오늘 밤에는 조용히 앉아 당신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안에 새겨진 크고 작은 상처들을 보듬어주는 거야.

"고생 많았어, 그동안 잘 버텨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내 심장!"

이렇게 말해주면서.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상처투성이지만 그래서 더욱 빛나는 존재들이다.

우리의 마음은 세상 어떤 보석보다도 귀하고,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마음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잔잔한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인생은 마치 긴 여정 같다.

우리는 그 길을 걸어오면서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때로는 혼자 걸었고, 때로는 '버프' 받으며 누군가와 함께 걸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희로애락을 모두 맛보았고, 그 모든 경험들이

우리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늘 무언가를 좇아 바쁘게 살았다.

성공을 향해, 행복을 향해, 때로는 그저 남들처럼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을 거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 삶의 속도는 조금 느려졌고,

이제는 지나온 길을 찬찬히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마치 '레벨업'을 한 뒤에 여유롭게 '맵'을 둘러보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가끔 스무 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때는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

그리고 그때의 경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겠지.

'K-장녀'처럼 모든 걸 다 짊어지고 가려 했던 과거의 나, 고생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크게 깨닫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내려놓음'의 미학이다.

젊었을 때는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욕심도, 미움도, 집착도 다 내려놓으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마치 가방에 든 불필요한 짐을 덜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동네 공원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한참 동안 바라본 적이 있다.

봄에 푸르게 돋아났다가 여름 내내 생명을 품고,

가을이 되니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 나뭇잎들.

그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게 피었다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져야 하는 것이 순리.

그렇게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평온한 삶이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상처마저도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대신,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마음속에 응어리를 쌓아두면 우리만 괴로울 뿐이니까.

'쿨하게' 보내주는 게 답이다.


지금 우리의 삶은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소박하고 잔잔한 행복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창밖으로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

사랑하는 친구와 나누는 '드립' 가득한 대화.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 삶을 풍요롭게 채워준다.

나는 요즘 매일 아침 동네를 산책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마음이 절로 평화로워진다.

빡빡한 취준생 시절에는 이런 여유를 누릴 생각조차 못 했었는데,

이제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까?

거창한 '갓생'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그저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작은 행복들을 찾아 누리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온하게 보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그동안 참 많은 것들을 겪어왔다.

뜨거운 열정으로 타오르기도 했고,

차가운 슬픔에 얼어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품에 안고 따뜻하게 보듬어 줄 시간이다.

마치 지친 여행자가 '힐링'되는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듯,

우리 마음에도 이제 쉼표를 찍어줘야 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마음의 평온을 얻고,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우리의 마음은 그 어떤 상처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온 귀한 존재니까.

이제는 더 이상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말자.

지나온 날들을 후회하지도 말고, 다가올 날들을 미리 걱정하지도 말자.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 주자.

우리의 마음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어쩌면 마음의 의사는 우리 심장을 보며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많은 상처를 안고도 굳건히 버텨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의 심장, 리스펙!"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상처를 만나고,

또 다른 배움을 얻게 되겠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과정이 우리를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거라는 것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잔잔한 행복 속에서 'flow'하며 살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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