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6일
2020-04-16(목)
쓴다 쓴다 하면서 한 줄도 못 쓰고 여기까지 왔다.
일로, 육아로, 현실로 매일 매 순간,
발등의 불부터 끄고 끄고 또 끄느라
바빠서 그랬다며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왠걸 불 난 자국도, 불 끈 흔적도 없다.
마흔 여섯이 되어 버린 나와 남편,
변성기가 시작된 아들과
아직 장난끼가 남아 있는 또 다른 아들만 남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짱하게.
난 뭘 한 거지?
기록하지 않은 기억이라고 마냥 휘발되기만 할까.
몸에든 마음에든 하다못해 친구나 가족의 기억에라도
분명히 남아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한 줄을 써보겠다’ 새삼 결심한 이유는
큰 아이는 큰 아이대로, 작은 아이는 작은 아이대로
자기의 하루를 쓸 만큼 자라줬기 때문이다.
내 시선으로 바라보고 정리한 하루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낸 하루가 겹쳤을 때
우리가 얼마나 애썼고, 서로를 사랑하고 위로했으며,
또 상처를 주고 받았는지 또렷해질 것 같아서다.
우리 앞엔 사랑하지만 절대 대신해줄 수 없는
각자의 하루가 있다.
서로 다른 일과를 보내고 돌아와
겨우 한 끼 식사를 함께 할 뿐이라 하더라도,
(그마저도 일주일에 한번, 한 달에 한번,
일년에 서너 번으로 줄어들겠지만)
우리가 함께 한 하루들은 새로운 하루를 살아내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그래서 쓰고 싶다. 나 한 줄, 너 한 줄.
김밥 아니고 한 줄 일기.
엄마와 아들 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