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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나에게 블랙이란

by NfourL

블랙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NfourL을 표현할 수 있는 대표 컬러이자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 때 사진을 보거나 기억해 보면 핑크와 보라 콘셉트의 옷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서 나는 거의 없었다. 시크한 엄마는 그 시절 퍼스널컬러를 몰랐던 때인데도 정확하게 옐로 베이스의 웜톤 코디를 나에게 늘 해주었다. 그리고 블랙의 옷들도 종종 입었던 기억이 있다. 아기 때 드레스부터 핑크가 아닌 오렌지나 옐로였다. 다시 생각해도 박수가 나올 만큼 엄마는 탁월한 선택과 감각의 소유자였다. 그 유전자 때문인지 컬러감각과 센스가 남다른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엄마와 함께 쇼핑을 하면 집에 와서 이걸 왜 샀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서로에게 엄청난 팩트를 전달했다.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서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 모녀들끼리 쇼핑을 하면 다 잘 어울린다 우리 딸은 뭘 입어도 예쁘네~~ 라고들 하지만 우리 집안의 쇼핑 분위기는 달랐다. 나는 다 좋다 좋다 하는 것보다는 팩트를 받아들일 때는 좀 서운한 부분이 있어도 지금까지 이어지는 쇼핑 스타일이 오히려 편하고 좋다. 100프로 가성비 좋고 성공적인 쇼핑이 아닐 때도 있지만 실패가 적고 나에게 더 플러스가 되는 게 많기 때문이다. 현재 9살인 딸아이와 쇼핑을 자주 하는데 벌써부터 시크하다. 좋은 건 좋다 싫거나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다고 정확하게 표현한다. 이런 표현은 딸뿐만 아니라 남편도 호불호가 강한 성향이라 웬만하면 괜찮네라는 표현이 전혀 없다. 아니다 좋다로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면 잠시 고민하는 나에게도 결정이 훨씬 빠르고 쉬워진다.


컬러뿐만 아니라 체형도 쇼핑에서 99퍼센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듯하다. 체형에 따라 옷의 핏감이 너무나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데 마른 체형만 제외하고 스타일링에서 무조건 길게 보이는 것 즉 비율이 좋아 보이거나 자신의 몸매가 커버되면서 좀 더 날씬해 보이는 코디를 선호한다. 20대 초반 통통녀였던 나도 그 이유에서 블랙을 더 즐겨 입었던 것도 있었다. 20대 중반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시점부터 통통했던 나의 몸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공부도 일도 많은 활동들을 하고 즐거운 연애도 아픈 이별들도 겪으면서 지금 나이와도 같은 44 사이즈의 마른 몸도 만들어 보았다. 살아가면서 인생도 여러 변화의 시점들을 겪는 것처럼 여자들의 삶에 있어서 체형의 변화도 인생의 리듬처럼 느낄 때가 많다. 그렇게 마른 몸도 되어보고 평균 날씬의 몸을 유지하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30살에 결혼을 했다.


신혼시절 와인도 즐겨마시면서 맛집투어들을 하다 보니 두 사람은 살이 조금씩 올랐다. 남편은 마른 체형이라 살이 붙으니 다 보기 좋다고 했다. 나는 늘 관리를 하는 스타일이라 다시 통통녀가 되지 않고 평균을 유지했다. 그러다 1년 동안 기다리던 베이비가 오지 않더니 잠시 내려놓고 다시 강의를 시작하니 자연스레 임신이 되었다. 남들은 안정과 휴식을 취하면 임신이 된다더니 나는 너무 에너지가 많은 양인 체질이라 그런가 역시나 활동을 하다 보니 계획했던 일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첫째를 출산하고 몸을 빨리 회복했지만 3~4킬로는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엄마들이라면 다들 경험했겠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기관을 가면 잠시나마 분리되어 자유시간이 생겨나 운동을 시작하고 할 수 있게 된다. 첫째 출산 후 독박육아를 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기까지 4년의 시간이 지나야 했다.


이런 황금 같은 시간 나는 스피닝을 시작해 석 달만에 드디어 예전의 몸무게를 회복했다. 그래도 출산을 하고 나면 예전과 똑같은 몸무게인데도 체형의 변화가 와서인지 스커트나 바지를 입어도 같은 옷 다른 느낌을 체감했다, 이건 뭐지라며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이때부터 스타일링에 많은 변화들이 나에게도 왔다. 쎄미 스타일을 즐겨 입던 나도 활동성이 좋고 편하면서 좀 더 어려 보이는 패션을 추구했다. 쎄미 스타일에서 늘 아이와 함께 다니다 보니 좀 더 어려 보이기도 하면서 편안한 캐주얼룩을 입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나고 계획에 없던 둘째가 우리에게 왔다. 다른 집들도 경험들이 비슷하다는 걸 엄마들과의 소통에서 알았다.


첫째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운동을 하면서 다이어트가 되고 기분전환들이 되면서 잠시 그 틈으로 둘째들이 찾아오곤 한다. 아무리 꾸준한 관리를 하던 나였지만 첫째 때 임신 5개월까지 1킬로도 살이 오르지 않았던 몸이 둘째 임신에서는 상상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힘들게 운동으로 회복한 몸이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발레 전공자들이 매일 여러 번 체중을 체크하듯 나도 일주일에 5번 이상 몸무게 체크를 하였다.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상승곡선에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만삭 때는 내 생애 처음 찍어보는 몸무게를 확인했다. 둘째는 입덧도 출산 전까지 심해서 하루 3끼를 다 먹지를 못했는데도 대사 순환도 떨어지고 갑상선 저하증도 같이 동반되어 붓기와 함께 체중이 늘어났던 것 같다. 현재의 몸무게에 16킬로 이상이었던 것이다.


둘째 출산 후 육아도 너무 힘들었지만 다른 힘듦은 체중이 잘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쁜 공주님이 나에게 와준 것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키작녀에 통통녀가 다시 된 것이다. 통통 후후 마미로서 모든 집중과 에너지를 두 아이의 육아에 다 올인해야만 했다.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건강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그리고 산후 우울감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존감도 자신감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몇 년 동안 많은 힘듦과 건강상의 문제로 통통녀가 날씬녀 되기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두 아이의 육아를 하면서도 틈틈이 강의를 했기에 외적으로 보이는 스타일에 관해 고민도 많이 하면서 실제 경험들을 강의에 적용하기도 했다. 부모님께 받은 훌륭한 유전자 두 분 다 평균보다는 매우 작은 얼굴이다. 좋은 선물인 작은 얼굴을 강점으로 드러내기 위해 헤어스타일을 짧은 쇼트커트로 해서 전문적이고 활동적인 이미지로 메이킹을 했다.


우선 나의 떨어진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자 강점을 찾아 더욱 드러내기 위해 고민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다. 그래서 강의 주제도 단순히 퍼스널 컬러 진단보다는 퍼스널 브랜딩과 함께 감성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스타일링 또는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코디는 트렌드가 슬림핏보다는 루주핏의 옷들이 대부분 이기에 쇄골과 넥라인을 살릴 수 있는 셔츠로 코디를 했다. 셔츠의 주를 이루는 색은 바로 블랙이었다. 모던함과 시크함을 강조하면서 전체적으로 슬림해 보이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의와 하의를 같이 블랙으로 통일해서 입었고 점프슈트를 잘 활용하였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검정 점프슈트를 입었을 때 나의 체형보다 훨씬 날씬하게 사람들이 보았다. 이렇게 블랙은 웜톤 쿨톤 모두가 잘 어울리는 컬러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영아기부터 현재까지 인생컬러이고 늘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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