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 3수 만에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취업. #직장. 키워드를 한정한 결과였다. 이 글의 마지막은 #도전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하고 싶었다.
글짓기 대회에서 상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촌뜨기였다. 실제 실력과 상을 받고 싶은 마음의 간격이 북극과 남극만큼의 차이여서, 그저 소설책을 많이 읽고 상상에 푹 잠겼다. 현실과 꿈의 경계 언저리에서 혼미한 상태로 지내곤 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걸 처음 느낀 게 대학생 때였다. 쓰다만 많은 종이를 양손으로 구기는 과정에서 화가 나고, 두근거리고, 속상하고, 끄적이고 싶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겪었다. 간호사 시절에는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필사하거나 끄적거렸다. 또 소설을 쓴다고 근무가 아닌 쉬는 시간을 바쳤지만, 없던 재능이 갑자기 툭 솟아나지는 않았다. 보건교사가 되어서는 목표를 소설에서 짧은 동화로 변경했다. 길게 쓰기에는 머릿속이 과부하에 걸려 가보지 않은 꿈을 포기할 거 같았다.
하지만 글쓰기는 나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승전결이 없는 나처럼 내가 쓴 글도 두서가 없었다. 끝매듭을 짓지 못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손을 뻗으면 그만큼씩 멀어지는 글쓰기는 밀당의 고수였다.
지금까지 바쁘면 잊고 살다가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린 듯 헛헛한 바람이 훅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모니터 화면에 무언가를 적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책상에 두고 모니터를 힘주어 노려본다. 뻘쭘해서라도 글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내 자신이 우스워 커피를 들이켰다.
‘내게 글은 무엇일까?’
아니다. 정확한 질문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물어야겠다.
‘나이 50이 넘어선 재능도 없는 내게 피곤함을 주는 글쓰기는 과연 무엇일까?’
잊은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마음. 차마 내치지 못하고 가슴 한편에 고이 간직한 마음. 그리움이다. 그리운 바람이 휙 불면 나는 꼼짝없이 무장해제가 된다.
나는 글 앞에만 서면 헤헤거리다가 이글이글 끓어오른다. 어떻게 표현할까. 저 멀리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이 보여 달아오르는 거 같다가도 매몰차게 뒤돌아서는 그의 뒤통수를 보며 욕지거리가 터져 나오는 느낌. 글쓰기는 고우면서 미우면서 아주 나를 가지고 논다. 나도 모른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작가라면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형편없는 수준인데도 이러는 이유를 모른다.
막 떠오르는 글감이 있다가도 고개만 돌리면 잊고. 기억나서 다시 써서 읽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글로 전락한다. 내 머릿속 전기적 신호가 끊겨 있기라도 한 것처럼. 부족한 능력을 채우고자 책을 읽지만, 어려운 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작년엔 내 의지였다기보다 임용 동기의 추진력으로 보건교사 넷이 모여 책을 썼다. 중간에 포기 선언을 했는데, 리더격인 동기가 만류해서 결국 끝까지 갔다. 막상 출판된 인생 첫 책의 겉표지를 보니 내 마음도 핑크빛으로 물들어갔다.
올해 헛헛한 봄바람이 불었을까. 간호사를 거쳐 보건교사가 된 나는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별을 찾기로 결심을 굳혔다. 나도 모르게 계양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전자책 강의와 브런치스토리 강의를 신청했다. 강의를 들으며 심장이 두근두근, 가슴이 벅차올랐다. 더 이상 늦으면 안 되는 골든타임. 이제 도전해야 했다. 그나마 건강할 때 글을 써 보자고 혼자 약속했다.
계양도서관이 솔솔 뿌려준 은밀한 자신감에 용기를 냈다. 시민저자학교 글쓰기 강의를 받는 넉 달 동안 퇴근해서 글을 쓰고, 주말에도 글을 썼다. 사람을 살리는 심폐소생술 수업처럼 나도 글쓰기 심폐소생술을 받고 싶었다. 글은 쓰고 싶은데 나는 매끄럽게 잘 쓰지 못한다는 고정된 생각을 가졌으니까. 브런치스토리 강의를 듣는 작가님들이 이런 내 팔랑귀를 깨우쳐주었다.
“다른 작가 말에 휘둘리지 마세요. 충분히 잘 쓰니 굳은 심지를 갖고 확신을 가져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글이란 게 어떤 단어를 토핑처럼 쓰느냐에 따라 맛이 있거나 없어지는 게 참 신기하다. 명대사만 따라 할 줄 알았지, 명대사를 만들어볼 생각은 못 했다. 내 글도 맛이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읽으면 재미있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소설책 한 권은 거뜬히 나와!”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남 말 같지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말이 빠져 있다.
잘 쓰든 못 쓰든 무조건 쓰기를 바란다. 글은 써 놔야 뭔가가 이뤄질 수 있다. 나와 꿈이 같은 사람들은 포기 대신 한 줄이라도 더 쓰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를 지도해주신 작가님들과 시민저자학교를 진행하여 이끌어준 계양도서관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전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