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3 : 은상을 수상한 동화 1탄
내 나이 40대에 공무원문예대전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간호사로 일하다 삼수만에 임용고시에 합격했는데 동화 부문에서 입상하는 게 삼수보다 어려울 줄 미처 몰랐다. 수십 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당선 연락을 듣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난 눈물을 잘 흘리지 못하는데 이상하게도 수상 소식엔 눈물이 터졌다. 속에서 뜨거운 게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나 보다.
하지만 책이 나온 뒤 내 글에 대한 심사평을 처음 읽었다. 동화 작가의 심사평에서 내 글은 어린이 심리 묘사나 울림이 없다는 행간의 의미가 읽혔다. 마음 잡고 쓴 동화마저 날 비웃는 듯 했다.
은상은 "눈물금지령"을 선정했는데 독특한 창의력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슬픔의 증상인 눈물을 흘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한 사회에서 살던 세종은, 사고로 죽은 어머니 때문에 늘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숲에서 한바탕 소리치며 울고 나자 가슴이 확 트이게 됐다는 발상이 기발한 작품이다.
- 제20회 동화 심사평 -
<눈물금지령>은 자살율 1위라는 반복된 뉴스 보도와 <더 기버>라는 책을 읽은 후 슬픔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라는 물음표에서 글의 토대가 세워졌다. 눈물이 금지된 세상에서 엄마를 잃은 아이는 어떻게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지 잠을 설치는 수많은 고민 끝에 글이 시작되었다.
"지난 수업은 눈물 금지령에 대해서 배웠지? 오늘은 눈물 금지령 시대 이후를 알아볼 거야. 자, 교과서를 터치해."
"난 이 말이 이해가 안 돼?"
"어떤 말이?"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는 말,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고 되어 있는데? 여자들은 안 울었나봐."
눈물과 관련된 글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수군대며 떠들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들키지 않으려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걸었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는지 커다란 녹색 모니터를 클릭하던 선생님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혼냈다.
(중략)
눈물은 슬픔의 증상으로 금지령 이후 사람들의 자살 건수가 '0'건이라면서 지금까지도 평온한 시대가 유지되고 있다는 선생님의 강의가 "땡!"하는 소리와 함께 끝이 났다.
(중략)
퉁퉁 부은 얼굴을 보고 할머니가 몰래 한숨을 쉬는 게 보였다. 그동안 할머니를 너무 아프게 했나? 이제야 보이다니 철 좀 들어야겠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오늘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나도 몰랐던 내 맘을 이제 알았으니까.
"할머니 그리고 아빠, 나 오늘 처음으로 슬픔이 뭔지 알았어요. 숲 속에서 눈물이라는 것도 흘려봤어요. 놀라지 마세요. 이제 괜찮아요. 그동안 엄마를 원망했어요. 이제 엄마를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아빠 말처럼 엄마는 제 마음속에 항상 있을 거예요. 사랑하는 모습 그대로."
할머니와 아빠 표정을 보니 갑자기 웃음이 나오려 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두 얼굴이 허옇게 되고 네 눈은 동글동글. 한참을 어리둥절해하던 아빠는 이해하셨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할머니는 활짝 웃어주었다.
(중략)
지금도 고민하는 주제가 있는데 '상실의 슬픔'에 대한 내용이다. 어른들도 가슴 아픈 슬픔에 대해 어린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관찰하여 그에 대한 동화를 쓰고 싶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슬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정답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르는 척 놔둬야 할지, 빠져나오게끔 간섭해야 할지 혼동이 온다. 그냥 슬픔이 슬픔이 아닌 다른 감정으로 승화시켜 주고 싶은데 어설픈 위로나 대처나 되려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줄까 입을 꾹 닫을 때가 많다. '슬픔'이 '절망'이 아니라 '추억'으로 여기며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말할 정도로 여기게끔 도와주고 싶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모든 걸 시간에 맡길 수도 있지만 내가 봐 온 아이들은 많이 아파한다. 동화를 읽으며 간접적으로 아픈 마음을 살살 어루만져주고 싶다는 의욕만 가득하고, 정리는 안 된 상태이다. 조만간 그런 위로의 글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