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 : 좋아진만큼 엄청 비싸진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 시승 후기
앞서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의 외관과 실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 바 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 시승 소감을 정리해 본다.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는 급진적인 외관과 실내의 변화만큼이나 주행성능도 확실히 좋아졌다. 사실 딱히 내세울 게 없었던 구형 대비 핸들링 성능과 노면 추종성, 승차감, 정숙성 등에 있어 아예 다른 차가 됐다.
주행 모드 설정에 따라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패들 시프트, EV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그린존 드라이브 모드 2세대 등을 도입해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좋아진 만큼 몸값이 엄청 올랐다. 트림 기준 구형 대비 적게는 235만원에서 305만원까지 올랐고, 최상위 트림 풀 옵션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530만원 더 비싸졌다.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6리터 스마트스트림 G 엔진과 2세대 6단 DCT로 구성된다. 엔진 명칭이 바뀌면서 엔진 커버 디자인도 소폭 바뀌었다. 최고출력 105마력/5,700rpm · 최대토크 14.7kg.m/4,000rpm에 이르는 엔진 성능, 43.5마력(32kW) · 17.3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 성능은 구형과 동일하다. 제원상의 차이점은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에 그치며, 구형의 1.56kWh에서 1.32kWh로 줄어들었다.
정말 신기한 건 파워트레인 성능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속 성능과 효율은 한층 더 개선됐다는 데 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10.4초로 구형 대비 1.1초 빨라졌으며, 18인치 휠 · 타이어 기준 복합연비 19.1km/L · 이산화탄소 배출량 82g/km는 구형 대비 2km/L · 10g/km이 개선된 것이다. 엔진 성능과 효율 개선도 있겠지만, 구형 대비 20kg 가벼워진 공차중량이 이 같은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시승에 앞서 그 차에 대한 정보를 따로 확인하지 않는 편이다. 사전에 확인한 정보가 선입견 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신형 니로의 성능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속 과정에서 답답함이 줄었기에 전기모터 성능이 대폭 향상됐을 줄 알았다. 더욱 신기한 건 시승 중 0-100km/h 가속 시간을 가볍게 측정했는데, 기아가 밝힌 제원 10.4초보다 더 빠른 9.6초를 기록했다.
성인 3명이 탑승한 상태였고, 타이어 공기압이 40PSI로 전체적으로 많이 들어가 있긴 했다. 마침내 현대자동차 그룹도 포르쉐나 BMW처럼 제원상 성능보다 실측 수치가 빠른 신차를 선보이게 된 걸까? 다만 그 첫 시작이 친환경차인 신형 니로라서 더욱 황당하게 느껴질 뿐이다.
전기모터 의존도에 있어서도 확실히 좋아졌다. 도심 주행 시에 탄력 주행 및 감속만으로도 배터리 용량이 쉽게 차고, EV 모드도 길게 유지된다. 단 현대자동차 그룹의 초기 하이브리드처럼 EV 모드가 켜진 상태로 배터리를 끝까지 쓰는 건 힘들었다. 1/4 정도 남은 시점에 엔진 시동이 걸리면서 배터리 충전이 이뤄진다.
EV 모드를 적극 지원하는 그린존 드라이브 모드는 밀집 주거지나 학교, 대형 병원 등에서만 활성화됐지만, 내비게이션상 즐겨찾기 주위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기능 작동 여부는 계기판 우측 그린 계기판 점등 여부로 확인 가능하다.
신형 니로는 주행모드에 따라 패들 시프트 사용 패턴이 세분화되어 있다. 에코에서는 회생제동량 조절, 스포츠에서는 수동 변속 모드를 지원한다.
에코 모드에서는 회생제동량을 0단계에서 3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고, 전방 교통 흐름을 인식해 자동으로 회생제동량을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제동 기능도 지원한다. 좌측 패들 시프트를 끝까지 당기면 차를 완전히 세울 수 있으며, 계기판 우측에 스톱 표시가 뜬다. 전기차처럼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해졌다.
단 회생제동 강도를 2-3단계로 뒀을 때 액셀 페달을 신경 써서 부드럽게 밟아도 시종일관 울컥대는 점은 아쉬웠다. 혼자 타고 있을 때도 울컥거림이 신경 쓰일 정도다. 해당 기능을 활성화한 채 동승자를 태울 경우 불편함을 호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신형 니로를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건 견고하게 손본 섀시였다. 노면 추종성과 차체 거동 모두 확실히 잘 잡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노면 추종성은 속도 관계 없이 노면에 착 붙는 주행성능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형은 이 부분이 부족했다. 고속 주행 및 급차선 변경 시 거동이 무너졌고, 앞뒤가 따로 놀다보니 후륜이 토션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신형 니로는 노면 추종성이 속도 관계 없이 꾸준히 유지되고, 빠른 속도로 조향할 때도 뒤가 곧장 따라온다. 일상과 고속도로, 스포츠 드라이빙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 정도로 주행성능의 수준이 대폭 향상됐다. 주행안정장치인 VSM은 운전자가 즐기는 상황과 위급한 상황을 확실하게 캐치한다. 달릴 때도 굳이 끌 필요 없다는 소리다.
섀시 성능이 향상되면서 승차감도 한층 좋아졌다. 구형은 주행 속도가 높거나 굵직한 노면 요철을 지날 때 다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곤 했다. 앞서 후륜이 토션빔처럼 느껴졌다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형 니로는 전반적으로 승차감이 탄탄해졌지만, 그런 불규칙함을 느낄 순 없다. 늘상 편한 것 같다가 가끔씩 손을 확 놔버리는 구형 세팅보다는 신형 니로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정숙성도 좋아졌다.
구형은 실제 주행속도와 체감 주행속도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신형 니로는 그 차이가 한층 크게 느껴진다. 풍절음은 정말 잘 잡았고, 타이어 노면 소음이 크게 들리긴 했다.
시대적 변화에 맞춰 능동형 안전사양도 대폭 바뀌었다.
교차로 대향차까지 대응하는 전방 충돌방지, 실질적인 제동 및 출차 시 사용하도록 기능이 확대된 후측방 충돌방지, 도로 제한 속도를 초과하지 않게 도와주는 지능형 속도 제한, 개문 사고를 사전 방지하는 안전 하차 보조, 후진 시 좌우에서 다가오는 자동차와 사람, 물체 등을 감지해 경고 및 제동하는 후방 교차 충돌방지 · 후방 주차 충돌방지, 스마트키를 통해 차를 앞뒤로 움직이는 원격 스마트 주차 등 일부 기능이 개선되거나 새롭게 추가됐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거리를 부드럽게 유지하며, 차로 유지 보조는 차선 중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는 자동차를 평가할 때 주요 기준으로 회자되는 엔진 성능과 주행 성능, 승차감, 정숙성 등에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운 차였다. 구형의 단점을 아예 없애거나 상쇄했으며, 구형이 자랑했었던 장점은 최대한 유지하거나 한층 더 좋아졌다. 만약 니로의 라이벌이 많다면 이 변화가 당연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변화가 더욱 놀랍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신형 니로는 정말 잘 만들어졌고, 괜찮아졌다.
물론 가격에 있어서는 그렇게 말하기 힘들다. 트림 기준 200만원 중반대에서 300만원, 풀 옵션 기준 53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값이 확 뛰면서 상위 차종인 스포티지와 비슷해졌고, 쏘렌토와 겹칠 정도가 됐다. 가급적 풀 옵션을 사라고 말해왔지만,이 차는 절대 그렇게 말 못하겠다. 실구매가 3,500만원대에 맞춰 사는 게 제일 이상적일 듯. 시그니처(3,513만원)에 하이테크(80만원), HUD 팩(65만원)만 넣어도 충분해 보인다.
Good : 과감한 디자인 변화, 더 넓어진 실내, 개선된 가속 성능, 속도에 구애받지 않는 주행성능, 여전히 훌륭한 효율성
Bad : 너무 과감한 디자인, 블랙 하이그로시로 도배된 실내, 울컥거림 심한 회생제동, 차급 무색하게 만드는 황당한 가격
시승차 정보 및 가격 : 2022 더 올 뉴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3,513만원. 각종 옵션 포함 가격은 3,923만원(세제 혜택 미적용 기준)
* 본 콘텐츠는 지인으로부터 시승 기회를 제공받았으며, 그 이야기를 가감 없이 썼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