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분리 바다, 그런 바다 하나쯤은

by 긍정에너지 옥랑

양양이라는 지역에서 내가 처음 만난 해변인 북분리 해변.

북분리를 만나기 전까지 해변은 내게 늘 광활한 공간이었다. 어린 시절, 방학이면 아빠가 데리고 가던 예쁜 바다들도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있고 때양볕이 쨍쨍 내리쬐던 기억이 있다.


북분리 해변은 작고 소박하다. 해변의 모래가 유난히 고와 나는 맨발로 모래사장 걷는 것을 좋아한다. 고운 모래들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마주보고있는 작은 소나무 숲이 조용히 그늘을 드리운다. 그 그늘을 따라 소나무 사이사이 데크들이 줄지어 놓여있다. 이곳이 북분리 마을에서 운영하는 북분리 캠핑장이다.

마을에서 운영하기에 캠핑장을 지키는 분들은 이장님, 반장님같은 마을 어르신들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이 있는 현대식 캠핑장이라기보다는 자연에 가까운, 다소 투박한 모습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북분리 캠핑장이 세련됨보다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조화속에 있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 모습이 오래 유지되었으면 한다. 물론, 자본과 자연사이 균형은 필요하겠지만 너무 쉽게 자연이 밀려나지 않았으면 하는 곳 중 하나다.


북분리 캠핑장은 유독 가족들이 많이 찾아온다.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면 주말에는 알록달록 텐트들로 가득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숯불에 굽는 고소한 고기냄새,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무척 정겹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바닷 바람은 시원하게 내 볼을 스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귀촌 초반, 우리 가족은 자주 북분리 해변을 산책했다. 바다와 모래사장, 그리고 울창한 소나무 숲. 상가하나 없는 이곳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모래놀이를 하다가 싸 간 고구마와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고 자연물로 소꿉장난도 하고 씽씽카도 타며 신나게 놀다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무리 놀아도 질리지가 않던지, 집에 가자고 하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늘 외치곤했다.

어느날은 분홍빛의 노을, 또 어느날은 붉은 빛, 또 어느날은 보랏빛이 하루의 끝을 물들였다. 북분리 해변은 자연의 변화를 매일 다른 얼굴로 보여주었다.


이른 여름이면 바다는 외국 바닷가를 연상하게하는 에메랄드빛을 띠었다. 그 무렵에는 물속을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이 속속들이 보일만큼 바닷물이 투명했다. 파도가 높았던 다음날이면, 미역이 둥둥 떠내려와 있어 미역 건지는 재미를 맛보기도 했다. 어느날은 달팽이 둥껍질의 몇백 배는 될 듯한 구슬 우렁이가 바닷속 모래안에 사뿐하게 앉아있기도 했다.

그 중 백미는 바로 조개잡기다.

바다에서 조개를 잡다가 팔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발을 사용한다. 사뿐히가 아니라, 세게 모래를 밟으며 동시에 발에 힘을주어 살짝 비튼다. 그러면 발에 딱딱한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고 그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한 후 손으로 모래를 한 웅큼 쥐면 모래 사이로 조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시간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아이들도 나도 말수가 줄어들며 몰입하게 된다.


성수기에는 바다에서 놀다가 조개를 잡는 관광객들도 자주 만난다. 어른도, 아이도 한마음으로 모래를 뒤적이며 노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따뜻해져 그 장면을 마음에 담아두기도 한다, 잘 노는 어른이어야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화면 속 새상이 아니라, 자연에서 함께 노는 시간. 아마 우리에게 더 필요한 장면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바다와 매일같이 놀던 아이들이 어느덧 많이 자랐다. 이제는 매일 바다에 가자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분리 바다와 함께 한 시간들은 아이들의 마음과 추억에 남아 살아가며 조용히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힘든일이 있을 때, 마음이 지칠 때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마음이 힘은 이에게 권해보고 싶다. 각자에게 그런 바다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겠냐고.

나에게도 북분리 해변은 그런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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