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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다시 봄을 만나기 위한 여정

by 정희승

저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여덟 살부터 청소년이 될 때까지 친부에게 성추행을 당했지요.


끔찍한 과거는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내 가족이 생기면서 지울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참고, 덮고, 밀어낸 기억들은 나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우울증과 공황 장애, 알 수 없는 두통과 불면.


몸이 먼저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참아도 된다고.



얼마 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기사를 보았습니다.


소수여도 소리 내고 있는 그들의 용기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으로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고요.



25년 2월 [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책을 출간했습니다.


자전적 에세이로 제 이야기를 담았지요.


하지만 작은 책 한 권으로 세상에 목소리가 퍼지진 않았습니다.



친족 성폭력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내 옆 친구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음지에 숨어 울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낼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소설을 연재하려 합니다.


아주 평범한 한 여자의 이야기.


소설 같은 현실을 소설처럼 살아온 이야기.


불행을 행복으로 만든 이야기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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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