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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Dec 20. 2022

친구의 이직 소식을 들었다.

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마음이 너를 휘두를 것이다.

친구의 이직소식을 들었다.


나는 28이 먹도록 제대로 된 취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는데 누군가는 취직을 하고 이직을 하고 연봉이 오르고 커리어가 쌓인다. 그 친구의 초봉이 4500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연봉이 높은 곳은 그만큼 일을 시키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친구가 일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연봉 4000을 받을 수 있었던 이전 중소기업 직장에 취직했을 땐 취직을 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수습기간이 끝나면 연봉 4000을 손에 쥘 생각에 기뻤다. 하지만 헤드헌팅이라는 일은 수시로 내 개인폰을 울렸고 남자친구와 함께 주말을 보낼 때에도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을 때에도 상황을 가리지 않았다. ‘못 견디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 나는 연봉 4000은 생각도 안하고 뒤돌아 떠났다. 줘도 안 갖고 싶을 정도로 일에 진절머리가 났다.


떠난 후에는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명 뿐인 동기가 남겨진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 애도 견디지 못하고 곧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여전히 그의 프로필은 회사 조직도에 걸려있다. 문득 ‘이제 그 사람은 4000을 받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남아있었어야 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이러나 저러나 결국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살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삶의 가치는 지금까지의 삶에 의해 결정이 되기 마련인 듯하다. 나는 어떤 가치를 우선하며 살게 될까. 솔직히 지금까지는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임에도 그곳에 들어갔던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돈으로 인한 불화를 많이 겪었고, 남들만큼의 겉치레는 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여전하다. 돈으로 인한 불화는 돈으로만 막을 수 있고, 남들만큼 하려면 최소한의 수입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딱히 성취감을 느끼지도 않는 일을 하며 주말의 평화를 깨고 싶지는 않았다. 연봉이 4000이더라도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 나의 가치관 순위에서 돈은 조금 뒤로 밀린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워라밸이 확고하고, 내가 일에 성취감을 느끼며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싶다는건데, 요즘같은 세상에 그런 직장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뿐만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무수한 지원자 중에 날 뽑아줄리 만무하다.


그래서 요즘 참 고통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몸서리치게 느껴진다. 브런치에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한(안) 이유 중에선 이것도 한 몫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필력 좋은 작가님들이 잔뜩 등장하는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내 하찮은 넋두리가 올라간다면 '쟤는 뭔데 이랬다 저랬다해?','결국 자기 생각뿐인 사람이네'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또 브런치 작가로 나를 선정해준 팀에서도 '이 사람 선정해 뒀더니 글 세개 올리고 튀었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혼자 무한의 상상을 펼치면서, 내 글에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에 확신이 없다. 이 글에도 주제가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도 정리를 하자면, 하고 싶은 말은, 친구의 이직 소식에 배가 아프고, 누군가의 대기업 취직에 불안해도 결국 나의 길을 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것이고 그렇기에 내가 집중할 것은 남의 발자취가 아니라 나의 가치관인 것이다. 물론 머리로는 인지해도 마음으로는 실천이 되지 않는 부분인 것도 분명하다.


그래서 슬그머니 동양철학의 구절을 곱씹어 봤다.


남의 성공에 배가 아플 때,

내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스스로가 한없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


아래의 말들을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을 추천한다. 결국 생은 죽음으로 끝난다. 무소유라는 것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 오늘도 마음에 불안과 고통이 가득하여 소리 없는 몸서리를 치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마음이 너를 휘두를 것이다.

흔들리는 건 당신의 눈이다. 활 시위를 당기는 건 당신의 손이다. 명중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건 당신의 마음이다.
 
과녁은 늘 제자리에 있다.


고통이 너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고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과거가 얼마나 힘들었든지 간에 너는 항상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결코 너의 과거에 구애받지 말라.
 
그것이 남은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단지 교훈이었을 뿐이다. 흔들리지 말고 오직 오늘 할 일을 열심히 하여라.


분노를 계속해서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독을 마시면서 상대방이 죽길 바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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