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서 한 겨울로, 이 나라에서 벌써 3년을 꽉 채웠다. 단출한 2인 가족은 3명으로 늘었고 내 집이 생겼으며, 비자를 연장했고 새 식구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 정착하여 산다는 것은 매번 생각하지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나고 자란 한국에서도 지역 이동을 하게 되면 힘들일이 한두 개가 아닌데 하물며 외국에 산다는 것은 과장을 보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학습한 지식과 습득된 문화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고, 특히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외생활이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요인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나라는 개인주의 성향이 일반적인 곳인데, 개인주의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그리고 타인으로부터 피해를 받음으로써 내 삶에 불편함이 초래되지 않는 것)이라고 알려진 것보다는 더 폐쇄적인 생활상을 띈다고 느껴진다. 내가 현지어를 완전히 구사하지 못해서 혹은 서로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대화가 단절되는 것이 몇 번 반복되고 그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때,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자각할 때가 너무나도 차갑고 낯설다. 이 나라에서는 보통 어린이집에서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면 같은 학교로 진학할 아이들끼리 묶어 그룹을 지어주고, 같은 학교 친구들은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는 한 그다음 레벨의 학교로 그대로 진학하며 성장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기회도, 새로운 소속에 속하려는 노력도 그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일 일 뿐이다.
현지인들이 자연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에서 (진심섞인 농담) 개인을 고립시키고 안정을 찾는 곳 'hytte'
아침과 밤이 구분되지 않던 날들이 끝나가고 있다. 눈 소식이 가득 찼던 일기예보가 해와 가끔의 비로 바뀌고 있고 사람들은 보다 활기에 차 있다. 이곳의 한인들은 여름에는 한국에 가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루에 해가 가득 찬 여름이 오면 이곳의 자연은 생기가 넘치고 사람들은 그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모두 밖으로 나선다. 태양 아래에 앉아 살짝 상기된 톤으로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겨울 뒤의 여름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서임을 느낀다.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도전하기 좋은 상태에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첫 해에 나는 여행가였고 두 번째 해에는 예술가로 살았다. 세 번째 해에 나는 탐험가가 되었고 올해는 또 무엇으로 살아볼지 생각나는 대로 노트 가득 적는다. 이 나이에도 정체성으로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지. 이 나라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저 없으면 개척하고, 있으면 받아들이며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