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어제 셋째, 넷째를 불러서 말을 꺼냈다. 엄마 생각에는 우리 가족이 인터넷 하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그러자 셋째, 넷째 모두 표정이 좋지 않다. 또 잔소리냐는 얼굴이다. 그래서 잠깐 숨을 고르고 기다렸다. 대답이 없길래 다시 말을 꺼내려는데, 셋째가 자기 말 좀 들어보란다. 그래서 들어보니 그건 인정한단다.
넷째: 그래서 또 시간을 줄이자고?
나: 그렇지. (분명 또 흐지부지될 것 같은데.. 예전에도 3시간이라고 정해 보았지만, 훌쩍 넘기기가 일쑤였다.)
셋째: 천천히 시간을 늘려가면 좋겠어. 갑자기 줄이라고 하지 말고.
나: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갑자기 많이 줄이면 힘드니까. 우선 오늘 30분만 해 볼래?
그렇게 해서 당분간은 온 가족이 저녁 9시부터 9시 30분까지 30분만 인터넷 사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휴대폰도 포함해서.
그랬더니 셋째는 씻으러 간단다. 며칠 안 씻었다나. 허걱. 요즘 날도 더웠는데, 이런...
넷째는 내 옆에 오더니 수학 문제집을 편다. 나 요즘 수학 잘해~ 이러면서 자기 푼 것을 보여준다. 아빠랑 같이 풀었다고, 그리고는 그다음 장을 풀고선 나에게 채점을 해 달란다. 채점을 하니 5개 중 1개를 틀렸다. 그래서 틀린 것 다시 풀어보라고 하니 30분이 지나 버렸다. 셋째는 씻고 나와서 너무 개운하다고 하더니 벌써 30분이 지났다며 기분 좋아했다.
나는 이 시간을 인터넷으로부터의 해방 시간이라고 이름 붙였다. 너무 길어서 이름을 손봐야 할 듯하다. 아무튼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아이들이 그 시간에 공부를 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인터넷에 얼마나 중독이 되어 있는지를 깨닫는 게 먼저다. 그리고 해방되어 있는 시간이 주는 매력을 알기를 원한다. 숙제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 학교에서의 친구 관계, 선생님 관계 등에서 오는 불편한 마음 등 여러 가지 현실에서 주어지는 어려움에서 도피하는 것이 인터넷 공간 아닌가? 하지만 도피가 아니라 직면을 할 때도 필요한 법이다. 그 고통을 마주하고 너 어느 정도야? 가늠하고 이건 못하겠어, 이 정도는 거뜬히 하겠는데? 쉬운데?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할 때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그것이 책이든 관계든, 공부든 문제해결이든 간데 말이다.
넷째가 슬며시 나에게 묻는다. 30분 다음엔 얼마나 할 거야? 글쎄, 40분? 넷째의 긴장한 표정이 풀린다. 귀여운 것. 그렇게 쉽게 가 보자. 나도 너도. 나한테도 이건 쉽지 않은 도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