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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May 27. 2024

헤어짐이 더 어렵다

  어렵게 만나고, 어렵게 살고, 힘겨운 시간을 오랫동안 보내왔는데, 그래도 헤어지는 게 더 어려운 걸까. 


 언제든지 갈라서도 괜찮을 거라고 여러 번 생각했었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때에 그랬다. 이 사람이 내 인생에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겠구나 싶었다. 이 사람이 바람이 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때가 있었다.  


 그런데 사실 화가 많이 났을 때나 그렇지, 또 일상이 시작되면 그런 마음은 싹 사라진다. 내 마음속에 이 사람을 향한 사랑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는데, 헤어짐을 생각하면 마음이 괴롭다. 소중한 걸 잃어버리는 것 같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주었다. 그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새로운 고통이 들이닥친다.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을 주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그렇게 모진 말을 쏟아낸다. 그리고 상처받은 가슴을 끌어안고 조용히 숨만 쉰다. 


 나는 매번 그를 용서해 왔는데, 그는 나를 용서하지 못하겠단다. 내가 뱉은 말들이 너무 강력해서 잊히지가 않는단다. 공포와 두려움에 쌓이면 무슨 말을 못 하겠나. 하지만 그에게는 그 말들만 남아 있다. 모든 것은 다 사라지고 자기가 받은 상처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도 잘했다고는 못하겠다. 내 말은 비수처럼 날카로웠고, 살기를 품었다. 꼭 욕설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말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독설가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 잘못이다. 그렇게 노력해 왔는데,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 더 이상 그 사람에게 나를 감당하라고 못하겠다. 매번 내가 그를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비명을 질렀던 것처럼 그도 더 이상 고통 속에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잘 살고 싶었는데,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내고 결국엔 행복해지리라 다짐했고 소망했었는데, 오늘은 다 끝이 난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또 새로운 소망이 솟아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앞이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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