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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May 28. 2024

가족의 우울

부부싸움의 결과

 맘도 아프고 몸도 아픈, 이런 날이 있다. 


  앞이 막막했는데, 남편이 놀랍게도 사과를 먼저 해 주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우리는 화해를 했고,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남았다. 당사자인 부부도 상처를 받지만,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사람이 사는 곳마다 갈등이 있고, 싸움이 있다. 그리고 화해를 하고 오히려 갈등 뒤에 사이가 더 좋아지는 관계들도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프다. 매번 이럴 때마다 아이들이 상처받는 것 같아서. 


 <아이들은 즐겁다> 만화책을 보면서, 어른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도 아이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별로 크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그럴 거다. 부모가 마음 아프고 미안해하지, 아이들은 어쩌면 부모만큼은 힘들지 않을 수도 있다. 


 화가 나서 내뱉는 말들이 상대를 아프게 하기 위한 목적의 말들인 것을 안다. 그 순간의 분노로 인해 쏟아내는 말들인 것도 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여전히 우리의 귓가에, 우리의 마음에 남아서 우리를 괴롭게 한다. 아이들은 당사자가 아니고, 그 말의 내용도 못 들었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충격은 받을 것이고, 다시 화해하고 잘 지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안심하는 동시에 작은 불안이 남아 있을 것이다. 또 그러면 어떡하지..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30%를 넘어선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우울한 사람이 참 많다. 그냥 우울한 사람, 정말로 우울증에 걸려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 그리고 그런 우울증 환자인 가족을 돌보는 중인 사람. 돌보다가 지쳐가는 사람 등등.

 

 우울증이 어린 시절 상처로 비롯된 것이라면 어른들은 어쩔 도리가 없다. 속수무책으로 우울증이란 병을 맞이하는 수밖에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상처를 가능한 적게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할 수 있는데 못 하고 있으니까. 


 부디 우리 아이들이 이 모자란 부모의 싸움과 화해를 보면서 상처를 조금만 받고, 또 그 상처를 치유해 가기를 바란다. 


 둘째에게 요즘 어때? 우울하지 않아? 하고 물으니, 항상 우울하단다. 그런데 주위에 친구들도 다 그렇다고 한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그런가 보다. 그리고 다른 애들도 그렇다니, 안심해도 되는 걸까?


 왜 이렇게 다 우울한가? 첫째도 우울하고, 둘째도 우울하고, 아빠도 우울하고, 엄마도 우울하다. 셋째와 넷째는 모르겠다. 우울하지 않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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