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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May 31. 2024

너무 멋진 사람들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창의적 수업 사례 공모전. 


 상금이 있는 공모전이다. 강렬하게 상금을 타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수상사례집 파일을 찾아 열어 보았다. 우선 대상을 수상한 선생님의 사례를 읽어보았는데, 그분의 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글 속에서 수업에 대한 열정이 막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꾸로 수업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셨고, 실제로 수업에 적용하시고, 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면서도 여전히 수업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뭔가에 중독이 되어야 한다면, 그런 보람 있는 일에 중독이 되면 좋지 않을까. 어딘가에 마음을 쏟아야 한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져 보면 어떨까. 내가 지금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도피처만 찾지 말고 지금 이곳에서 한번 최선을 다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헌신이 관건이다. 처음엔 불같이 뜨거워서 시작을 했더라도 어느새 마음은 식어져서 일이 흐지부지되기가 일쑤인데, 이런 분은 어떻게 계속해서 헌신할 수 있는 걸까. 


 누가 그랬다.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나는 포기가 빠른 사람인데,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나의 전능감을 유지하기 위해 해 보고 잘 안 되는 것은 빠르게 포기하고 다른 걸 찾는 사람이 난데. 나에게 헌신이란 게 가능할까. 


 실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었고, 육아를 하며 쉬는 기간에도 공부 잘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했었다. 하지만 바라는 것만큼 나는 헌신하지 않았다. 뜨거운 열정은 현실의 벽에 늘 막혀 내려앉기 바빴고, 그마저도 어쩌면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도피처였는지도 모른다. 


 아, 혼란스럽다. 46세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이야. 도대체 무엇에 헌신을 해야 하는가. 몇 해 전부터 시작한 돈 공부, 재테크 공부도 아직 미진하고, 뜨거웠던 수업에 대한 열정도 식어버렸고, 사주 공부는 가족의 평화를 위해 내려놓았다. 


 그냥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사람인 걸까. 이 정도에 만족하고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걸까. 그게 어쩌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뭘 하겠다고 설치며 남편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가족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사는 것? 


 그런데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 나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가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가족은 소중하지만, 내 삶도 있는데, 그런데 너무 욕심부리면 안 된다. 그건 무책임한 거니까. 


 가슴이 답답하다. 나를 둘러싼 이 굴레가, 내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한계가, 가슴 터질 듯 답답하다. 


 이제 인정해야 한다. 나의 한계를, 그리고 내게 주어진 소중한 사람들을. 


 내가 또 뭔갈 시작하면 그만큼 남편이 집안일을 돌봐야 하니, 그동안은 철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버렸지만, 이제 그 사실을 안 이상 멈추고 생각이란 걸 해야 한다. 충동적인 행동을 멈추고 나의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의논하고 그래야 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마음의 폭풍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를 거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내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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