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향기 May 14. 2024

선생님의 날에

잠시 생각함.

 학교에는 매주 나와 2시간씩 만나는 학생들이 있고, 집에는 매일같이 얼굴 보는 네 아이가 있다.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나는 내가 만나는 이 아이들에게 무슨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훌륭한 어른으로서 학생들 옆에 있고 싶다는 내용으로 자기소개서를 쓴 적이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 존경했던 선생님을 떠올리며 나도 학생들로부터 그 선생님을 보면 참 좋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었다. 미소 띤 얼굴의 그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도 나 자신이 싫었던 6학년 때, 나는 담임 선생님 때문에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나의 부모 형제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 때문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과 생각이 나를 어렵고 힘들게 했었다. 사춘기 때는 더 그랬다.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느낌과 거부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먼저 밀어내기 바빴다. 벽을 치고 누가 다가와도 밀어내고 혼자 외로워하고 그 상황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그 모든 시절에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 벽을 뚫고 들어온 친구가 있었고, 따뜻한 미소로 대해준 선생님도 계셨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고, 때로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언제나 내게는 좋은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그런데 자꾸 자신감이 사라진다. 이 모습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며 들이밀었다가도 다시 움츠러들고 겁이 나서 도망친다.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아진다. 오히려 내가 더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나의 실수나 잘못으로 뭔가를 더 망치는 건 아닌지. 


 그런 어지러운 마음이 내 안을 가득 채울 때, 숨을 훅 들이키듯이 그 마음을 삼켰다가 다시 뱉어본다. 그렇게 흘러가기를 바라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비우고 산뜻한 마음을 조금 채워서 어깨를 펴고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띠운 채 교실에 들어간다. 부디 좋은 것만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이쁘고 귀여운 이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게 살기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인생에 수많은 시험이 닥칠 테지만, 어떤 때는 이기고 어떤 때는 지더라도 너무 많이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만 넘어지면 좋겠다. 


 내일이 스승의 날이니까 오늘은 살짝 현실에는 눈을 감고 좋은 이야기만 하자.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주는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