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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un 11. 2024

오늘의 고민

나는 뭐 하고 있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훌륭한 어른이 되어서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 주고 불행한 삶이 행복한 삶이 되게 해 주고 싶었다. 우스운 건 나도 불행했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다. 나의 눈에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나라는 안경을 쓰고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실제로도 한국이란 나라는 생활 수준이 우수하다. 그런데 그 한국이란 사회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이들 불행해한다. 그래서 자꾸 여행을 꿈꾸고 이민을 고민한다. 어떤 나라 사람들에게는 한국이 천국 같은 기회의 땅일 텐데, 그 사실을 여러 번 들어서 안다고 해여전히 한국 사람들에겐 한국이란 곳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 곳인가 보다. 


 수행평가로 고생하는 딸을 보며, 어떻게든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학생들을 보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왜일까. 재미없는 공부는 고등학교까지만 하고 졸업 후에는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키워나가는 사람들도 대우를 받으며 사는 나라가 될 수는 없을까. 


 노르웨이에서는 고등어잡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대학을 나온 사람들 못지않게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하고 생활 수준이 낮지 않다고 한다. 물론 이들도 세금을 많이 내긴 하겠지만, 그래도 생활 수준이 비슷하다는 것은 얼마든지 고등어잡이라는 직업을 선택해도 된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잘 사는 세상은 있을 수 없다. 저마다의 노력에 따라 능력에 따라 사는 수준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에는 귀천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일은 귀하고 저 일은 천하고가 적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생계 걱정 없이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의사는 월 천만 원의 봉급을 받고, 일반 회사원은 많아야 월 500만 원을 받는다면 누구나 의사가 되고 싶지 않겠나 말이다. 자기 흥미와 적성과 아무 상관없이. 돈이면 대두분이 다 해결되는 세상에서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먹고사는 월급쟁이들에게 두 배의 봉급 차이는 너무나 크다. 


 그래서 국어를 누구보다 잘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싶었다. 학생들의 실력을 높여주고 싶었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우리 학생들이라도 잘 먹고 잘 살게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한계가 찾아온다. 나의 열정과 소망은 학생들의 마음의 벽에 부딪치고, 나름대로 발버둥 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학교 선생님은 별나라 사람이다. 현실적으로 자기들을 도와줄 사람은 학원 선생님이지 학교 선생님이 아니란 뜻이다. 물론 학생부 때문에 밉보이지는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나는 그 무엇도 바꾸지 못했다. 허울만 있었을 뿐,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 길에 서 있는 동안에는 계속 노력을 해야겠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더라도. 그냥 나는 이 넓은 우주의 한 구석에서 매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일단 그것으로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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