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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un 12. 2024

직장인이 아프다는 것

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직장 생활에서 아프다는 것.


 목이 아프다. 감기가 온 상태로 목을 계속 쓴 탓이다. 어쩌겠나. 나의 몸이 지금은 아파야 한다고 외치니 아픔을 받아주는 수밖에. 이틀을 버티다가 오늘 목이 쉰 것을 보고 약을 챙겨 먹었다. 진통제는 내 몸이 회복되는 동안 내가 더 잘 버틸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직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아주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의외로 자주 아프고, 어떤 사람은 매일 약을 달고 산다. 몸은 전혀 아프지 않은데 마음에 고민이 있는 사람도 있고, 이마저도 없는, 몸과 마음이 밝고 건강한 사람도 있다. 


 다 체질이 다르지 않나. 그걸 가지고 뭐라 하면 안 되겠지만, 직장에서는 좀 다르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편하지가 않은 거다. 자주 아픈 사람을 계속 쓰고 싶겠나. 매일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보다는 항상 씩씩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사람을 직장은 원한다. 혹 아프더라도 빨리 회복하고 더 이상 신경 안 쓰이게 하는 사람.


 오랜 기간 일을 쉬다가 다시 여기 학교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첫 해에 나는 한 번도 병가, 병지각을 쓰지 않았다. 쓸 줄을 몰랐기도 하고, 아프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해에는 아프다기보다는 일이 힘들어서 지각도 하고 코로나 검사도 하고 그랬다. 셋째 해에는 한 번 아파서 병가를 냈다. 그 힘들다는 학생부 작성 기간에 여러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감기와 코로나를 앓는 동안 나 혼자 멀쩡해서 돌아다녔다. 체하는 것 외에는 별로 아픈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남들 따라 감기도 하고, 이번엔 또 목감기에 걸렸다. 해가 갈수록 이렇게 몸이 약해지는 건가. 당뇨도 전단계라고 하던데. 위기감이 들어 요새는 집에서 실내자전거를 탄다. 10분만 타도 땀이 나는 건 체력이 그만큼 없다는 뜻일까. 


 아프면 안 되는데. 할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은데, 내가 아프면 안 된다.  재계약을 위해서 눈치 보며 빨리 회복해야지 하다 보면 서글픈 생각이 들어서 생각을 바꾸어보려고 한다. 나를 채용해 준 고마운 학교를 위해 업무도 잘 처리해야 하고, 귀여운 학생들을 위해 수업도 잘 준비해야 하고, 내가 아프면 부담을 느낄 남편을 위해서도 빨리 회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할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 한 여름의 양으로 태어나서 그런지 매일 팔딱팔딱 바쁘게 살아가지만, 나는 그게 싫지 않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꽉꽉 채워서 사는 일상이 좋다. 여유를 누리고 느긋하게 사는 삶도 좋아 보이지만, 나는 이미 뼛속까지 한국인이라서 그런 걸까. 


 의미 있게 살고 보람을 느끼며 사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나의 방향성은 아무래도 내 한 몸 편하게 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세상에 뭔가 기여를 해야지 그냥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몸이 고단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쩌면 이게 가장 강력한 도파민이 아닐까. 고된 작업을 마친 후에 오는 해방감과 성취감. 그래서 오늘도 바쁘다. 쉴 틈 없이 일하고 집에 가서 단잠을 자야지. 오늘도 꿀잠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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