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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ul 25. 2024

슬로리딩 첫 수업을 하고

고민이 많아졌다

 슬로리딩 수업을 시작했다. 하기 전에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하고 나니 더 고민이 많아지고 마음이 어려워졌다. 느리게 배움이 일어날 것이고, 귀찮은 생각도 자꾸 하라고 할 텐데, 아이들이 잘 버틸 수 있을까. 중간중간에 빠르게 진도를 나가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 참느라 힘이 들었다. 


 슬로리딩 수업의 핵심은 샛길로 새기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는 정결하다는 단어와 단장하다는 단어를 두고 차이점을 찾아보게 했었다. 답은 동사와 형용사라는 차이였는데, 아이들은 시간이 좀 걸렸다. 둘 다 평소에 접하지 않은 단어라 뜻도 이번에 알았을 테고, 아이들은 생각을 해야만 했다. 그 생각하는 시간이 가치가 있었달까. 겨우 답이 동사와 형용사라는 차이라는 건 너무 우스운 문제 아닌가. 


 생각보다 아이들은 단어를 많이 몰랐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도 새롭게 보기는 했다. 우선은 그것으로 만족. 단어 뜻을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니까 슬로리딩에 맞게 천천히 가고 있는 거다. 


 샛길로 새야 하는데, 그 샛길을 교사가 미리 정해두고 인도하는 건 진정한 샛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샛길은 그야말로 정식적 길이 아닌데, 어쩌다 실수로 들어가게 된 길 아닐까. 그걸 교사가 다 미리 짜 두고서 샛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충동적이고 무계획적인 성향이 있어서 새로운 상황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쳐도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을 텐데, 갑자기 계획과 다르게 방향을 엉뚱하게 틀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아졌다. 그 사이에 슬로리딩 관련 책들이 도착해 있었고, 살짝 들추어봤더니, 마음이 더 힘들어졌다. 나는 과연 이 수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슬로리딩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아이들의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까. 첫 시간부터 조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이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알았기 때문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 잘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나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 자꾸 생기더라도, 결국 어느 지점에는 도달해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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