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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Aug 05. 2024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읽고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

 <아들러심리학을 읽는 밤>을 읽었다. 핵심은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이었다. 


 미움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살지 말고, 자기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했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둘째 딸은 자기 수용이 한참 더 필요하다. 많이 좋아졌지만, 화장을 안 하면 밖에 나가길 싫어하고 거기다가 마스크까지 써야 한다. 본인 스스로가 외모 지상주의라고 말하는 걸 보면 자기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다. 도가 지나치다는 걸. 알지만 안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제 나도 딸에게 더 이상 화장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알아도 안 되는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가 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지만 그게 확실한지도 모르겠고, 그걸 해결할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엄마로서 둘째 딸을 계속해서 사랑하는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다. 


 나는 특별해지고 싶었고 위대해지고 싶었고 1등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로 봤을 때는 잘 모르겠다. 계속해서 특별해지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 보람 있게 살고 싶다. 수업을 잘하고 싶고,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주고 싶다. 독해력을 향상해주고 싶다. 당분간은 계속 그 연구에만 몰두하지 싶다. 


 지금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그동안의 방황과 헤맴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에 집중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또 불안한 계약직 생활과 앞으로의 진로가 불투명해서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부동산과 재테크에 빠졌었다. 그리고는 또 답이 안 보이니까 헤매다가 사주에도 빠졌었다. 그리고 지금에까지 왔다. 


 결국 나는 수업할 때가 가장 보람 있고, 수업을 잘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도 있어야 되긴 하다. 하지만, 무리해서 좋을 건 없다는 교훈도 얻었고, 돈은 내가 감당할 만큼만 올 테니까, 그만큼만 벌자고 생각했다. 내 돈이 아닌 것까지 욕심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나에게 오지 않는 건 내 돈이 아니다. 올 돈이었으면 벌써 왔다. 돈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건 소용없는 짓이다. 돈이 따라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누가 그랬다. 나는 돈이 딱 요만큼 따라오는 사람이다. 지금은 딱 그만큼이다. 또 이러다가 언제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당분간은 돈보다는 여기에 빠져있을 같다. 


 타자 신뢰는 무척 도전적인 내용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소중한 것이 많아져서 그런지 겁이 많아진 나에게 세상은 두려운 곳이었다. 집 밖은 무서운 곳이고 특히 어두워진 세상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어른이 그렇다는 건 좀 문제일까. 이 두려움 때문에 내 자녀들을 강압과 금지로 키우기도 했다. 내 마음이 불안하니까. 아이들도 믿을 수 없었고, 아이들이 경험해야 할 세상도 믿을 수 없었다. 너무 두려웠다. 


 주말에 콘서트를 예매한 첫째 딸 덕분에 우리 대장(?)님의 허락을 받고 둘째, 셋째와 함께 서울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서 콘서트 장을 가는 첫째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데, 다른 아이들은 아무 걱정도 하지 않는 모습에 좀 놀랐다. 아이들은 정말로 걱정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나만 걱정했다. 부산을 거쳐 경남에서 주로 살고 있는 나는 서울에 한 번밖에 가 본 적이 없다. 미지의 세계였다. 아이들이 크긴 했지만, 내가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어딜 여행하는 것도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걱정과 불안보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여행을 준비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이 걱정 없는 아이들과 함께 다녔더니, 놀라운 경험을 했다. 너무 더워서 고생을 했지, 마치 우리 집 주변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지하철에서는 경로를 찾고 있는 우리에게 먼저 도와주려고 하는 청년도 만났다. 그때는 당황해서 거절했지만, 그 후에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참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뒷담화(?)를 나누었다.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건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구나. 나의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 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동안 잔뜩 긴장해서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니까 마음도 몸도 긴장해 있을 수밖에. 타자 신뢰는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타자 공헌은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를 도울 때 느끼는 보람과 기쁨은 순수한 기쁨이다. 더러운 기쁨과 순수한 기쁨을 구분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나누자면 공동체에 유익이 되는 행동이나 다른 사람을 대가 없이 돕는 일 등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상처 입고 찌그러진 자존감을 부드럽게 회복시켜주기도 한다. 그렇게 자존감이 회복되면 건강한 소통 작용이 일어나고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진다. 그러면 인생이 행복하다. 


 작은 1 도움이 물 흐르듯 순환되어 결국 나에게 배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웃으면 복이 오고, 기버가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렇게 산다. 


 힘을 빼야 고수가 되는 것처럼, 인생의 고수는 내 걸 나누어주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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