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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Oct 24. 2023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

별 게 아닌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처음에는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학생들에게는 성적이 가장 중요한 문제니까. 그래서 여러번 가르쳐줬는데, 반응이 썩 좋지는 않다. 


 반응이 별로 없었던 공부 잘 하는 방법을 얘기하자면, 머리를 사용해야 한다. 선생님이 수업하시는 내용을 가만히 듣기만 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머리를 사용하는 활동들을 수업에 넣어서 문제를 풀게 한다든지, 배운 내용을 서로 이야기해 본다든지, 출력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복습은 바로바로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시간을 띄어서 복습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수학을 한 시간 공부하고 나서 국어를 한 시간 공부하고 다시 수학을 한다든지 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학습활동을 학생이 풀게 하고 일일이 확인을 한다. 틀린 것에는 표시를 해 주서 다시 풀게 하고, 또 확인을 한다. 시간이 모자라면 두번째 확인은 전체로 답을 불러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내가 답을 불러주기만 하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하는 것이 크게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의 성적은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공부 잘하는 방법을 아무리 가르쳐주려고 해도 아이들의 반응은 좋지 않고, 그 다음 생각한 건, 그냥 아이들 옆에 있어주는 것이었다. 내가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너희가 힘들 때 선생님이 어떤 도움을 주면 좋겠어? 그랬더니,  학생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그냥 옆에 있어주면 되지 않을까요?" 


  쿵 한대 맞은 것 같았다. 그렇구나. 아이들이 내게 바라는 건, 그냥 옆에 있어주는 건데, 나는 뭘 자꾸 하려고 했었구나. 어쩌면 쓸데 없는 걸 자꾸 시도했는지도 모르겠다. 좀 허무하긴 했지만, 어쩌면 그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어주는 것. 어쩌면 오랫동안 옆에 있어주는 것. 


 헤어짐을 생각하는 건 매번 너무 슬프다. 벌써 2학기이고, 금방 겨울방학이 시작될 텐데, 아쉽다. 아이들이 내년에도 선생님이 가르치냐고 물을 때마다 참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나도 내 계약을 모르기 때문에. 그래도 물어봐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른도 그런 것 같다.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 뭐라 말을 하다보면 잔소리가 되고, 기분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하다 보면 걱정스런 마음에 잔소리가 나오게 되는 건 어쩜 당연한 것 아닐까.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다. 잔소리는. 그래도 참아야겠지만.


 그냥 옆에 있어주고, 많이 힘들지? 하고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면서 봉투를 슥 내밀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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