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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Oct 28. 2023

행복해지세요

인생의 소중함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감정기복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썼던 글을 다시 보면, 상태 좋은 날이 있고, 상태 안 좋은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나는 내 스스로를 감정 기복이 없는 사람으로 알고 살았다. 좀 냉정한 면은 있지만, 차분하고 동요가 별로 없는 그런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40대가 되어서야 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싶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때로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20대에 알았더라면, 나는 지금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어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게 내 운명인지, 나는 이제야 알았고, 알았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더라.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었을 수는 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참 부끄러운 직업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 아이들 앞에서 어른처럼 뭐든 더 알고 있고 더 훌륭한 사람인 척 서 있어야 하니까, 때때로 현타가 온다. 나는 그렇게 인정받을 만한 사람은 아닌데, 아이들은 마냥 나를 좋아해줄 때도 있고, 마냥 나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할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니까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을 거다. 그런데 교사와 학생 사이는 항상 뭔가 한쪽이 기울어진 느낌이다. 내가 늘 더 많이 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 미안할 때가 있다. 그런 내가 너희에게 뭘 더 줄 수 있을까. 


 바라는 거 없이 좋은 사람이 있다. 나에겐 학생들이 그랬다. 그냥 이쁘고 좋았다.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고, 공부 잘 하는 아이나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나 자기 길을 잘 찾아가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영 불안하고 걱정되는 아이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면, 나는 평생 교사를 해야 되나 싶은데, 들은 얘기가 있다. 교사의 평균 수명이 별로 길지 않단다. 특히 여교사. 나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데, 이를 어쩌나.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작가의 평균 수명도 별로 길지 않단다. 


 그래서 나는 교사도 작가도 아닌 제 3의 길을 개척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교사나 작가로서 장수하는 특별한 사람이 되던지. 


 그래,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겠다. 아니, 이미 특별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인생도 있다고 만방에 알리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겠다. 내리막길에 들어서서 좌절하고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은가보다. 


 인생이 아깝고, 주어진 삶의 시간들이 아깝다. 모두의 인생이 귀하고 소중한데, 말없이 홀로 고통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까. 다 버리고 어디로 확 도망이라도 가 버리지, 왜 그 고통을 그대로 당해야만 했을까. 


 내가 그런 얘기를 하니까 누가 그러더라. 그 때는 다른 방법이 하나도 없었겠지. 그랬을 거다. 그랬으니까 그런 선택을 한 것일 거다. 


 나도 죽고 싶었던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그때에도 내 본 마음은 죽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에 깨달았다. 나는 언제나 살고 싶었다. 그것도 잘 살고 싶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발버둥치고 싸우고, 책을 읽고 연구하고-남편을 연구했었다, 별로 맞지는 않았지만- 또 싸우고 화해하고. 그러니까 나는 아주 욕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욕심 덕에 지금의 가정을 유지하고 있는 걸 거다. 


 이 세상 사람들이 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모든 가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지금 그 과정 중이다. 한번 사는 이 인생이 아까우니까, 소중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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