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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Oct 29. 2023

책 읽는 모임에서

고마운 사람들

 사람이 사람과 만날 때 겉으로 보이는 만남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만남도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뭐라고 이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기의 흐름? 파장? 주파수? 기독교에서는 성령 하나님일 거다. 


 어제 책 읽는 모임을 다녀온 후 여운이 남았다. 책을 읽고 읽으면서 갖게 된 생각을 나누는 이 모임이 나는 참 좋았다. 나오는 이야기들이 일단 풍성하다. 책의 좋은 구절들을 다시 한번 음미하고, 그 내용들이 모임원들에게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그들의 삶의 이야기들도 듣고, 들으면서 또 한번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 생각들이 확장이 되어 우리는 또 다른 영역의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내가 가진 꿈을 이야기할 때이다. 혼자서 망상처럼 떠돌던 생각들이 모임에서 말을 뱉어내는 순간 뭔가 실제에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구체화되고, 성큼 현실로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더 좋은 것은 이야기의 내용보다 내 이야기를 듣고 반응해주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이야기도 좋지만, 그 사람이 좋다. 나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느껴주는 사람들. 


 이건 그저 눈에 보이는 만남이 아닌 거다. 마음과 마음이 실제로 연결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게 눈으로 보여진다면, 마치 물결처럼 부드러운 파도처럼 그렇게 서로를 왔다갔다하며 연결해주고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제 모임에서 난 힘든 일을 털어놓았고, 크게 위로를 받았다. 사람들의 반응만으로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아무 해결책이 없어도 말이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내가 헛살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막내딸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다른 아이들이 들으면 또 샘을 내고 입을 삐죽거리겠지만, 어쩌겠나. 막내는 막내인 걸. 그냥 보기만 해도 좋다. 손을 잡으면 더 좋다.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아구아구 하면 행복감으로 충만해진다. 


 그래, 나는 행복하다. 이 행복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을 거다. 꽉 붙잡을 거다. 왜냐하면 또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이 밀려올 것이니깐. 나는 알고 있다. 힘든 순간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도망치지 않을 거다. 하나님은 감당할 시험만 주신다고 하셨다.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때도 있지만, 그래서 상처받고 도망치기도 하지만, 결국은 내가 감당해야 할 과정이더라. 그 과정이 끝나지 않으면, 계속 반복된다. 이 챕터를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결국은 내가 달라져야 하는 거였다.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나는 내가 맞다고 생각해왔다. 아주 오랫동안 그랬다. 그런데 내가 틀린 거였다. 나의 말은 틀렸고, 말투도 틀렸고, 마음도 틀렸다. 바꿔야 한다. 나 자신을. 그렇지 않으면 이 과정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잘 살아보자. 언젠간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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