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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Nov 13. 2023

실수했을 때는

사과하자

 내가 한 잘못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그 마음의 괴로움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과거의 실수를 주워담을 수도 없고, 수습은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해야 하고, 내 마음은 천근만근 무겁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한다. 그래도 실수를 안 하면 모두에게 유익하다. 나의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다니, 내 존재 자체에 의문이 든다. 


 이 마음으로 학생들 얼굴을 보자니, 낯이 뜨겁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나 혼자 얼굴이 화끈거린다. 수업은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을 선생이라고 하다니, 아니다. 이런 사람도 선생이다. 모자라고 모자란 이런 사람도 선생은 선생이다. 먼저 태어났으니까. 


 먼저 태어난 것만으로 존경하라고 한다면 세상에 할 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나도 그 중 하나다.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평가하고 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평가하는 건 겉으로 말을 안 하면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다가도 그 실수가 반복되면, 그 모자람이 계속해서 보이면, 그건 실수가 아닌 게 된다. 고의가 틀림없다. 


 그런데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평가받고 있지 않을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평가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누가 나 하나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누군가의 레이더 망에 걸릴 수는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평가 기준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수시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라기보다는 판단에 가깝겠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러고 있다. 나 자신에게. 물론 순전히 나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 기준이 높다면, 날마다 괴로운 날들일 것이고, 그 기준이 그리 높지 않다면, 살 만한 날들일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려면 기준을 낮춰야 한다. 그러면 자존감이 즉시로 올라갈 것이다. 


 지금의 나는 내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태다. 그래도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못 본 척하고 싶다. 


  이렇게 곤란한 지경이 되지 않으려면, 우기지 않아야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나는 그리 꼼꼼하지 않으니까, 내가 맞다고 우기고 싶을 때마다 제대로 확인을 해 보아야 한다. 틀릴 수도 있음을 빠르게 인정해야 한다. 내 기억을 믿으면 안 된다. 내 기억도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낮은 자세로 있어야, 그래야 실수가 적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교만했던 것이다. 내가 잘하고 있다고, 내가 옳다고 내 기억이 맞다고 오만한 생각에 빠져 있었던 거다. 그게 이런 실수를 만들어냈다. 


 늘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 사실은 놓치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너무 조심하면서 불안하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인데, 이를 어쩌나. 마음 편안하게 조심하며 살 수는 없을까. 너무 큰 욕심인가.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사과할 건 사과하고 나의 실수를 보내주자. 나는 그런 사람이다. 통합적으로 바라보자. 잘 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다. 잘난 척은 하지 말자. 이 실수가 나에게 주는 교훈이 있는 만큼 그 교훈대로 살면 된다. 다시 겸손하게,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살자. 실패의 두려움으로 도전을 포기하지 말자. 일이 많을 때는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해 보자. 잘게 쪼개어서. 그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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