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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Nov 20. 2023

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

이래도 되나

 수능이 끝나고 새롭게 시작한 월요일 아침, 오전이다. 학교는 지난주에 비해 훨씬 가벼워졌다. 그리고 나는 또 고민을 꺼내들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인가, 어떻게든 나를 표현하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인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인가. 나는 무슨 글을 써야 하는가. 


 처음에는 어느정도의 계획과 포부가 있었다. 그런데 한달쯤 지난 지금은 그냥 글을 쓴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길거리의 고양이마냥 내 마음 속에 떠돌아다니는 생각들을 들여다 보고 그걸 그냥 쓰고 있다. 의식의 흐름이다. 


 월요일을 맞이할 때마다 두렵고 긴장된다. 일요일 저녁은 거의 암흑이다.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어두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급기야는 꺄악~ 비명을 지르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의 불안과 공포가 된다. 그래도 참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잠자리를 준비하고 아이가 잘 준비를 도와주고 마음을 다스리며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눈꺼풀이 무거워지면, 그제서야 휴대폰을 끄고 잠이 든다. 


 참지 않고 다른 방도가 있나? 왜 월요일 전날 저녁은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나. 뭔가 월요일 아침의 즐거운 일을 하나 만들어두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그것 바라보고 힘내서 출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도저히 매주 찾아오는 이 고통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역시가 월요일 아침이 왔고, 나는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밥솥에 아침 밥을 앉히고, 냉장고에 들어있던 잡채를 다시 볶고, 혹시나 해서 누룽지탕을 끓여놓았다. 바쁜 사람은 이거라도 먹고 가라고. 그리고 씻고 출근 준비를 한다. 대략 1시간 10분 안에 이 모든 일을 한다. 많이 빨라진 거다. 그리고 마음은 아직 진정되지 않았었다. 


 차에 타서 이중주차된 차를 이리 저리 피해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어디가 더 빠른 길일까. 고민해도 답은 똑같다. 내가 좋아하는 길. 여기가 가장 편하다. 거리는 멀지만, 빠르고 신호등이 적다. 그래서 좋다. 현재 우리 집 가계의 긴축정책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유비가 더 들 것이다.


 어제 새로 산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따뜻하네~ 하면서 운전을 하다 보면, 기분이 상쾌하다. 내 옆으로 차들이 씽씽 지나가고, 내 피부에 닿는 건 히터 바람 뿐이지만, 상쾌한 바람을 마음으로 느낀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가볍다. 


 학교 입구가 저기 보이고, 학생들이 올라가는 모습도 보인다. 부담스럽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지만,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리고 인사를 하며 내 책상으로 가서 앉는다. 신발을 갈아신고, 컴퓨터 전원을 켜고 책상 위 거울로 얼굴 확인을 한다. 휴~ 드디어 오늘 하루가 시작이다. 


 그리고 교실에 올라가서 학생들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난다. 여전하네~ 휴일동안 얼마나 많이 놀고 쉬었을까. 그래도 부족하겠지. 게임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시험기간인데, 공부는 했겠나. 여러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웃음이 난다. 귀여운 것들. 

 

 푹  쉬고 왔다는 아이는 왜 저렇게 부스스한지, 매번 엎드려 자고 있는 아이는 휴일 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길래, 또 자고 있는지, 왜 청소는 시키지 않으면 안 하는지,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혼자 넘어간다. 여자 쌤은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 안 그래도 모든 말이 잔소리로 들릴 테니까. 


 그리고 수업 한 시간 하고 나면 이번주 월요일은 적응 완료다. 산적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 속도가 붙고 달린다.  하나 하나 일을 처리하다 보면, 또 재밌기도 하다. 문제풀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모의고사 문제를 풀다보면, 나는 다른 세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불편한 관계의 동료를 만나면 좀 마음이 힘들다. 그걸 잊어버리려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안 되는 건 잊어버려야 하는데, 잘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작동을 자꾸 해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볼 때 마음이 힘들다. 같이 미워하면 좀 덜 힘들까? 근데 미움은 별로 안 생긴다. 못마땅한 점은 분명 있지만, 나와 크게 상관은 없다. 


 어제 본 유튜브 핑계고에서 유재석은 겉따속차 라고 했던가. 나도 그런데, 아니다. 나는 겉차속차이다. 홍진경의 리액션을 보니,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이 없는 리액션. 그런데 영혼을 담기가 좀 어렵다. 사실 남들 일에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다. 내 일만으로도 너무 바쁜데, 우찌..


 내 삶은 바쁘다. 무지하게. 한창 바쁠 나이 44세. 얼마 전 막내에게 휴대폰을 사 주었더니, 간간이 전화가 온다. "엄마, 여기 OO분식인데, 이천원 계좌이체해 줄 수 있어? "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그래, 해 줄게. 계좌번호 사진찍어 보내봐." 잠시 후, "엄마, 카톡으로 사진을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겠어." "음, 그러면 계좌번호, 그 숫자 적힌 거 불러볼래?" "어, 알겠어. 0000,0000이야." "글자 적힌 건 없어? 글자 적힌 거 불러봐." 위에는 OO은행이고 밑에는 OOO." 


 결국 분식집 사장님과 통화 끝에 계좌번호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었다. 이천원을 송금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간질거리던지. 막내는 정말 꽃같다. 꽃같이 이쁘고 귀엽고. 나는 장녀인데, 막내들이 참 부럽다.  

  

 그래서 사나보다. 이런 행복이 있어서 또 하루가 즐겁다. 힘든 일이 있어도, 지나가는 순간이 있으니까. 알고보면 나는 꽤 행복한 사람인데, 요즘 감사가 줄었다. 다시 감사거리를 찾아보고, 또 감사하고, 내게 주어진 삶을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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