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

진정한 쉼이란

by 글향기

쉬는 날이다. 얼마나 좋은지~ 늦잠을 실컷 자고, 다행히 아이들도 늦잠을 자 주었다. 밤에 또 안 자고 떼를 부릴 수도 있지만, 휴일의 늦잠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도 피곤한가.


휴일이고, 당연히 피곤하기 때문에, 아침은 간단히, 엄밀히 아점이다. 햄을 굽고, 썰어진 김치와 밑반찬과 함께 밥을 간단히 먹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안 일어난 아이들도 있다. 난 아이가 넷이다. 첫째, 둘째는 중학생이라 아직 꿈나라이고, 셋째, 넷째와 애들 아빠와 함께 밥을 먹었다. 맛있게 먹었냐고? 모르겠다. 갑자기 미안해진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매일 맛있는 거 먹자고 노래를 부른다. 얘네들에게 맛있는 것이란, 배달 떡볶이, 배달 마라탕, 배달 와플, 배달 치킨 등의 각종 배달 음식들이다. 나는 배달 음식이 별로 안 좋다. 식당 가서 먹는 게 좋다. 코로나 시대의 후유증을 이렇게 앓고 있는 것일까. 배달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과 동시에 환경 호르몬의 과다 섭취와 신경질 수치가 올라가는 것, 그로 인한 부모와의 갈등 심화 등등.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냥 이런 시대를 살아갈 뿐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나니,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인 거다. 고민해 봤자, 해결이 잘 안 되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좋은 음식을 먹어야지. 다행히 나는 여전히 좋은 음식이 좋다. 만들기가 어렵고 맛있게 만드는 건 더 어렵긴 하지만. 요리 못하는 엄마를 둔 가족은 참.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그런데 감사한 건, 오늘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추석 연휴는 휴일 수가 길었는데도 마음이 불편했는데-이런 저런 이유가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진정한 휴일이다. 남편과도 화해했고, 아이들과도 일단 지금 벌어지는 전쟁은 없다. 각자의 생활을 인정해 주면 된다.


진정한 휴일답게 12시에 책을 보다 노트를 끄적이다 소파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마침 감사하게도 작은 이불이 있어서 포근하게 덮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좋은지.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이 왠일인지 '많이 피곤한가 보네.'하고 지나가 준다. 와! 이럴 수가! 너무 감사하다. 지금 설겆이도 안 했고, 재활용도 안 버렸고, 고양이들 화장실도 아직 안 치운 상태인데, 와!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러다가 슬그머니 불안이 몰려온다. 오늘 내가 해야하는 일이 뭐였더라. 그렇다. 설겆이보다, 청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교재 하나 만들게 있었는데, 오늘 해야만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교재를 열심히 만들고- 만드는 사이 막내가 문구점에 가고 싶다고 아빠와 실랑이하다가 결국 울음이 터지는 것을 들었다. 모른 척 하고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워킹 맘들은 참 힘들다. 워킹 대디? 들도 힘들긴 하다. 근데 왜 워킹 맘들이 더 힘든 것 같지? 내가 워킹 맘이라서? 그래도 감사하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갈 데가 있다는 것. 때가 되면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휴일에 직장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다니. 이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그리고 남편은 나갔고, 나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예정이다. 오늘은 휴일이고, 나의 배*에는 쿠폰 금액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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