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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Nov 25. 2023

누구나

가면을 쓴다

 하늘은 파아랗고, 바다는 푸르고 내 마음은 흙탕물 색이다.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나도 나름 상처 입은 피해자인데,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니니까.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유치한 인사를 건네고, 그러느라 마음이 병들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게 주어진 환경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무던 애를 써 왔지만, 그래도 사람들 속에서 웃다 보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괜히 돌아서서 눈물이 나고. 우울해진다. 


 얼마나 가면을 잘 쓰는지, 나도 나 자신에게 놀랄 때가 있다. 짠, 변신~ 하면서 돌변해서는 연기를 아주 잘 한다. 거기 가려면 연기력이 좀 필요하다. 사실 너무 가기 싫을 때가 있다. 울고 싶다. 


 그런데, 또 간다. 또 웃고 떠들고 재미난 말들을 하고,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친다. 그러면서 도망갈 기회만 찾는다. 그리고 기회를 포착하면 쌩~하고 빠르게 사라진다. 그리고나면 눈물이 핑 돈다. 


 다들 이렇게 살겠지. 착한 사람 놀이는 이제 그만 해야 하는데, 은퇴하기 전까지는 계속 되지 싶다. 내 사주엔 날카로운 신금이 2개나 있고, 그래서 예리하고 날카롭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사람(가장 불쌍한 사람, 남편)에게나 그 예리함을 써먹지, 다른 데서는 잘 드러내지 않는다. 밖에서까지 이러면 다 나가떨어질 거다. 정이 떨어져서. 그렇다 나는 독설가다. 그런데 그걸 잘 숨기고 살았다.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쓰는 게 익숙해져 버려서  연기가 자연스럽다. 때로는 그게 진짜 내모습 같기도 하다. 


 사람이 다 겉과 속이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하기 위해서 얼마나 자신을 감춰야 하는 걸까. 누구나 자기만의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그 괴리가 너무 컸던 것이 아닐까. 독설을 뱉어내야 하는데, 너무 참느라 힘들었던 것 아닐까.  


 더이상 착한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말을 어디서라도 듣고 싶다.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 편안하게 살고 싶다. 


 유재석의 핑계고 유튜브를 보고 위로를 많이 얻었다. 무한도전의 애청자로서 유재석, 정형돈의 팬으로서 사실 정형돈은 이해가 됐지만, 유재석은 너무 완벽해 보여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유재석이 착한 척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괜히 마음이 좋았다. 착한 척 안 해도 여전히 사랑받고,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해도 여전히 유재석으로 인정을 받으니까. 그게 좋았다. 그걸 보는 게 좋았다.


 나도 그렇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내 모습 그대로 보여줘도 여전히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자신은 없다. 그래서 아직 보이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가만 보면, 가면을 쓴 나의 모습도 나의 일부이긴 하다. 그런 모습도 내 모습이 맞다. 


 얼마전 한 아이(학생)가 말했다. 선생님은 제 진짜 모습을 모르실 거예요. 저는 진짜 달라요. 이 얘기를 두세번 나에게 했다. 그래, 내가 우찌 알겠나. 그의 진짜 모습을.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럼 계속 모를게. 사람이 다 겉과 속이 다르지 뭐. 


 그런데 집에 오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 아이는 나에게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도 여전히 내가 자기를 좋아해주기를 바랬던 건 아닐까. 자기를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을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은 그렇다. 그 아이의 진짜 모습을 조금 알게 되어도 여전히 그 아이를 좋아해주었으며 좋겠다. 그런데 사실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모르는 편이 낫다고 무의식 중에 거리를 두었을까. 그리고 그 아이는 조금 서운해했을까. 혹 이런 말이 듣고 싶었던 건 아닐까. 니가 좀 달라도 난 괜찮을 것 같은데? 뭐 이런 말. 


 나는 지레 겁을 먹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큰 용기가 없길 바란다. 나한테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혼잣말을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모습일지 나도 자신이 없으니까. 


 이렇게 모자라다니. 나는 크고 넓은 마음을 가지고 싶지만, 고작 이정도일 뿐이다. 그 아이가 외롭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나 없이도. 나는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미안하게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00아, 요즘 어때? 요샌 힘들지 않아?" 물어봐주는 것뿐이다. "그래 고생이 많다, 수고해라" 인사해 주는 것, 그것뿐이다.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이 조금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응원해 줄게, 모두 힘내렴. 누가 뭐라든 간에 너는 소중한 존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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