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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Nov 27. 2023

엄마가 딸에게

잔소리를 했다

 방이 너무 엉망이라 잔소리를 한 마디 했더니, 딸아이가 짜증을 확 낸다. 아침부터 잔소리한다고. 부글부글하다 출근을 했다. 


 참다 참다 한 소리 한 건데, 어디까지 내버려둬야 하는 걸까. 엄마 아빠가 자기들 방 하나씩 마련해주려고 얼마나 애를 써서 이사를 온지 알고나 있는 걸까. 그런 고마움은 잠시고, 방 하나가 감당이 안 되는 것일 거다. 어지르기는 금방이고, 치우는 건 오래 걸리니까. 그리고 또 마음도 좋지 않은 상태라고 하니, 더 할 말도 못한다. 다른 친구들은 다 학원 다니는데, 이제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라도 학원을 다녀야 하지 않겠냐고 했었다. 그러마고 말은 했지만, 살림 헝편이 갑자기 나아지거나 그러질 않는다. 늘 그대로, 늘 빠듯하게. 어찌어찌 한 달 한달을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큰 돈이 어디서 나오기가 어렵다.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방학 때는 학원이나 과외나 시켜줘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딸아이는 지금 당장 마음이 잡히지 않나보다. 친구들이 모두 학원을 다닌다고 바쁘니, 자기도 불안한가보다. 


 누가 공부 잘하라고 그랬나. 그냥 하는만큼만 하라고 했는데, 물론 잘 해 오면 기분은 좋다. 칭찬도 해 준다. 안 그러려고 해도 티가 나나보다. 우리 엄마는 성적 잘 받아오면 좋아한다는 것이. 


 그렇지만, 무리해서 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탈 나기 십상이다. 그냥 하는 대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좋겠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쫓겨다니지 않고, 자기 공부는 스스로 하고, 수업시간에 더 열심히 듣고 해서, 남보다는 좀 모자라도 자기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누가 떠먹여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떠먹는 공부가 되길 원한다. 


 너무 무리한 바람이었을까.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을 안 다니니, 일찍 들어와서 여유롭게 지낼 줄 알았던 두 딸은 늘 밤 9시 10시에 귀가다. 집이 답답하단다. 헐. 누구 때문에 더 넓은 집으로 이사왔는데, 참.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아이들과 말싸움해서 이길 수도 없고, 내 마음대로 아이들을 끌고 갈 수도 없다. 그냥 약간의 불안과 걱정을 안고, 내버려둔다. 그동안 내가 너무 과보호하고, 지나친 걱정으로 아이들을 옥죄었다며 아이들은 자유를 요구한다. 맞다. 나는 너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핸드폰도 늦게 사줬다. 


 그냥 나만의 교육 방식이 있었던 것뿐이다. 남편이 보기에는 내가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 같다고 했지만, 약간은 그런 것도 같지만, 사실은 과보호였다. 이것저것 뒤섞인 복잡하고 엉망인 나의 교육관으로 우리 아이들은 자라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 틀 안에서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제 벗어나고 싶어한다. 


 나는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우울해하고, 방안이 엉망인 아이들을 보면 난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듯하다. 사춘기를 다 지나고 나면 좀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40대가 되기까지는 나를 원망할 듯하다. 내가 그랬듯이. 그런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 나는 아이들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이미 사랑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얼마나 더 아프고 상처받는 일들이 내게 일어날까. 정말 기숙사 있는 학교로 보내야 아이도 살고, 나도 살게 되는 걸까. 더이상 내 품안에서 행복해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서글프다. 내가 잘했나 못했나 걱정되고, 앞으로가 불안하다. 


 아이들과 상관없는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 그래서 나도 아이들을 편하게 보고, 아이들도 나를 볼 때 편하게 해 주자. 서로가 편하게. 


 아침부터 잔소리해서 미안해, 우리 딸래미. 오늘도 잘 보내고, 저녁에 다시 만나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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