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향기 Dec 03. 2023

남편이 주식에 빠진 이유

가장이라는 역할의 무게

 남편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다행히 자기 마음을 추스르고, 당분간 손실난 주식은 내버려두고 공부를 더 해보겠다고 한다. 물타기를 하려 해도 안 되는 상황이란다. 뭐라고 설명을 해 주는데, 난 이해가 잘 안되었다. 숫자, 통계?는 나에게 좀 어렵다. 


 휴~ 걱정하고 불안해 했던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너무 감사하다. 여전히 힘들어는 보이지만, 화를 분출하지는 않았다. 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남편은 덩치에 비해 소심하고 마음이 여리다. 감정적이지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래서 참고 할 말 못하다 보니, 쌓이고 쌓여서 그게 폭발하는 때가 있다. 그러면 자기 자신도 마음이 절제가 안 되고 한참 말도 안 통하고 그랬었는데, 그런 때가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정말 그 시간이 짧아졌음을 많이 느낀다. 이틀 정도 혼자 괴로워하더니, 그 다음날이 되어서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제정신인 목소리로. 미안하단다. 걱정시켜서. 


 그 톡을 보고 내 사무실 의자에서 펑펑 울 뻔했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답을 하고, 감사 기도를 드렸다. 


 이제서야 우리는 함께 사는 요령을 터득한 것일까.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서야.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했던 두 사람이 결혼해서 뭣도 모르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작년에서야 비로소 세상에 나온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알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그리고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매달 빠듯한 월급에 적자 생활을 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는데, 모자란 듯 하는 게 당연하고, 그런 소박한 생활이 하나님 기뻐하시는 거라고 굳게 믿으며, 우릴 순진하게 보시며 걱정하시는 어른들에게는 돈도 하나님이 주시는 거라며 걱정마시라 큰 소리를 쳤었다. 그러던 우리가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또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남들은 그렇게 안 살더라. 그래서 부동산 공부도 하고, 남들이 재테크하는 것도 보고 공부도 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영끌로 이자내느라 바쁘고, 주식에는 손실이 나고, 장밋빛이었던 우리의 공부는 회색빛 결과를 맞이했다. 언젠가 다시 장및빛으로 돌아올까?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돈은 필요하다. 봉지커피라도 살 돈도 필요하고, 아이들에게는 떡볶이 사먹을 용돈도 주어야 한다. 그뿐인가. 겨울이 되니 훌쩍 커버린 아이들 내복도 사줘야 하고, 열심히 화장을 공부 중인 딸들에게는 올리브영 세일 기간에 맞추어 보너스도 지급해야 한다.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 귀여운 막내딸에게는 내가 이러려고 힘들게 돈 버는 거지, 하면서 자장면을 사 주었다. 


 맞다. 나는 알뜰살뜰하게 살 수가 없다. 많이 먹다 보니 위장이 늘어난 것처럼, 나의 씀씀이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김승호 회장님(?)은 책에서 자신이 버는 돈의 사분의 일로 생활을 꾸리라고 한 것 같은데..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발버둥쳐도, 적자인 것은 결국 비슷해졌다. 자, 그럼 나는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거지? 


 * 우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마음을 다잡고 직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자. 

 * 밥을 맛있게 먹고 즐겁게 생활해야 한다. 감사하게도 요즘 밥맛이 좋다. 핑계고를 즐겁게 보고 있고.

 * 그리고 가족들에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하자. 그러려면 내 마음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좀 필요하다. 일어날 때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도를 하자. 

 *틈틈이 사주 공부를 조금씩 하자. 누가 뭐라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사주가 여전히 학문이라서, 재밌게 공부를 하고 있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남편은 이직을 위해 일을 잠시 쉬기로 한 상태라, 경제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그 바람에 주식에 빠졌고. 하지만 제대로 공부를 해서 조금만 이득을 보면서 즐겁게 주식을 하면 좋겠다. 그냥 재미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온 마음을 바치지 말고. 가장으로서 그게 쉽게 되진 않겠지만, 어쩌겠나. 상황이 그런걸. 퇴직금 까먹으면서 당분간 살자고 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게 아까웠던 모양이다. 그럴 수 있다. 


 사실 나도 마음이 힘들긴 하다. 직장에서의 일도 쉽지는 않지만, 요즘 한숨이 계속 나오는 것도 마음에 부담이 꽉 차서인 것 같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안 괜찮았나보다. 어디서 펑펑 울고 나면 시원해질까. 그러면 다시 시작할 힘이 더 생길까.


 나도 힘들었구나.. 이 글을 적으면서 더 알게 된다. 내 마음을. 지금은 내가 버티지 않으면 안 되는데, 유리멘탈인 우리 남편을 붙들어줘야 하는데.. 하나님한테 가 봐야겠다. 


 어떤 책에서 그랬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때, 머릿속에 상상을 한단다. 하늘에 올라가서 커다란 문을 열고 하나님 계시는 보좌 앞에 가서 질문을 하는 거다. 그러면 답변이 들린다고 한다. 그리고 문제도 해결이 되고. 신비주의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나도 가끔 하나님께 질문을 한다. 


 "하나님, 제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저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하지요? " 그러면 무슨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동굴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건 아니지만, 때로 평안하게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다. 대부분은 사랑한다는 말씀이고. 


 양자 역학에 따르면 사람의 세포는 계속 바뀐다고 한다. 결국 존재 자체가 파동이라고.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는다. 힘들면 보이지 않는 힘에 기댈 필요도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믿는 게 다르겠지만, 믿을 구석이 있다는 게 나는 편하다. 


 이 글을 쓰고 나면, 달달한 아이스티를 한 잔 마시고, 늦었지만 빨래를 한 판 돌려야겠다. 오늘 햇살이 좋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이 주식을 크게 잃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