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향기 Dec 19. 2023

혼자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좀 크고나서부터 많이 들은 얘기가 착한 척한다, 예쁜 척한다는 것이었다. 


 맞다. 나는 착한 척도 많이 하고, 예쁜 척도 많이 한다. 그래서 뒤에서 수근대는 소리를 때로 듣게 되면,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 움츠러들고 나 자신을 원망하곤 했다. 그리고 더더 껍질을 두껍게 하고 가면을 더 쓰고 나를 꽁꽁 감추었다. 


 그런데 어젯밤 퇴근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부터 착한 아이가 되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는데? 내 안에 왜 나쁜 마음이 없겠나.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는 욕심꾸러기 마음이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살 수가 있나. 참고, 잘해주려 애쓰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게 착한 척인가? 그냥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뿐인데. 그렇게 첫 직장에서 여자 동료들로부터 은근히 따돌림을 당했다. 나는 술도 안 마시고, 모여서 뒷담화도 안 하고, 그냥 혼자 다녔다. 착한 척을 무지 했나보다. 처음 만나는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처음 만나는 직장동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애를 쓴 것이 착한 척이 되었다. 겉으로는 착해보이지만, 속은 구리구리한 사람으로 찍힌 듯했다. 그리고 어느덧 나 자신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그래서 더 나를 드러낼 수가 없게 되었다.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다 나를 싫어할 거야. 라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혹시라도 내 모습을 들킬까봐 포장하고 또 포장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예쁜 척도 한다. 나는 예뻐보이고 싶다. 화장을 한창 배울 나이에 화장 연습도 안하고 딴 짓만 해서 제대로 화장도 못하고 선크림에 쿠션하나 바르면 땡이지만, 그 정도의 노력에도 예뻐보이고 싶다. 그런데 나의 표정과 행동이 예쁜 척을 하나보다. 그것도 좀 억울하다. 


 다들 예뻐보이고 싶지 않나? 못나보이고 싶은 사람도 있나? 그래, 내가 예뻐보이고 싶어했다. 그래서 어쩔래? 나는 또 여자 동료들 사이에서 혼자가 되어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관계를 잘 못하나. 우리 애들은 이런 엄마에게서 도대체 뭘 배우고 자랄까.  


 나는 뒷담화를 하기가 싫은데, 거기에 딴 소리를 하면 그 무리에서 외면당한다. 함께 맞장구도 쳐주고 같이 욕도 해 주고 해야 하는데, 왜인지 나는 그 욕 먹는 대상이 나인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불쌍하다. 나도 그런 면이 있는데, 그 욕하는 내용이 나의 언젠가의 실수가 될 수도 있는데, 알고보면 나를 변명하는 거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가 있을까. 알고보면 철저히 이기적인 동기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제도 무리에서 이탈이 된 듯하다. 서글펐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없나보다. 나는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가 않다. 미워하면 내 마음이 괴로우니까 그런 것뿐이다. 그냥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다. 나도 언제나 실수하는 사람이라 사과할 준비도 늘 하고 있다. 자존심 세우면 더 창피만 당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완벽할 수가 없는데, 잘난 척 할 수가 있나. 정말 잘난 사람들은 그러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많이 모자라다. 실수도 많이 하고. 


 그런데 그렇게 잘 살고 싶어하는 나는 늘 혼자다. 어쩜 이런 내가 틀린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이 쉽게 바뀌냐 말이지. 그래서 그냥 흥! 하고 이대로 살련다. 누가 뭐라 하든 간에. 


 나도 이상한 짓, 이해 안 되는 말과 행동을 많이 하지 않겠나. 누군가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도 주고, 일을 실수해서 공동체에 피해도 줄 것이고. 나는 그 모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철저히 나를 수그리고 산다. 창피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몇번 잘난 척 해 본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창피를 당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겸손하려고 노력한다. 


 양창순 교수님도 나이 들수록 혼자 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나도 그런 의미로 혼자를 배워가는 거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법을. 외로움과 고독이 달콤해지는 과정을 나도 밟고 있는 것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괴로운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