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향기 Dec 18. 2023

괴로운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

배고픔을 빨리 알아차리자

 나는 햄버거가 먹고 싶었다. 요즘 매일 매끼 햄버거가 먹고 싶다. 맥000의 슈0버거. 


 햄버거가 맛있는 건지, 콜라가 맛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햄버거 세트가 먹고 싶다. 나도 요즘 내가 왜 이런지 모른다. 업무 스트레스가 주말에도 찾아와 마음을 짓누르는데도 업무는 손에 안 잡히고, TV와 영상을 보며 놀았다. 어차피 놀 걸 마음 편하게 놀 걸. 지나고 보니 아쉽다. 그렇지만 그게 가능했을까 싶기도 하다. 


 아침에도 여보, 나 햄버거 먹고 싶어. 했고. 점심에도 여보, 나 햄버거 먹고 싶어. 했는데, 남편은 아무 대답이 없다. 그리고는 저녁 실컷 해 줬더니, 남편은 많이 먹지도 않고, 9시나 되어서 치킨이 먹고 싶다며 치킨을 시켜 애들하고 같이 먹는다. 이건 뭐지? 맛있다고 해 놓고선.. 흑흑


 그 다음날 아침부터 서운한 마음이 들어 사라지질 않았다. 예배에 앉아있으면서 계속 그 생각 뿐이다. 왜 대답을 안 했을까? 햄버거 사먹는 돈이 아까웠을까? 패스트푸드라서? 자기는 햄버거가 안 먹고 싶으니까? 오만 생각이 다 들고, 남편이 미웠다. 


 정말 작은 일인데, 그냥 내가 사 먹으면 될 일인데. 이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 일을 꺼내면, 남편은 발끈할 것 같아서 말도 못 하겠다. 그냥 조용히 넘어가면 좋겠는데. 


 부정적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1. 내 마음을 크게 한다. 마음이 큰 사람이 되면, 다른 사람의 작은 허물이나 실수를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있다. 내 마음의 크기를 늘리자.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커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급한데.


2. 실컷 욕하고 미워해 본다. 미운 감정을 글로 써 볼까. 이건 이래서 당신이 잘못했고, 내 마음이 얼마나 상했고, 그래서 당신이 나빴다고. 조금 효과가 있었다. 그래도 다 사라지진 않았다. 


3. 다른 일과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여 그 감정에서 빠져나온다. 그러고 싶었으나, 되지가 않았다. 


 결국 남편이 내 표정을 알아채고 나에게 물었다. 당신 표정이 왜 그래? 얼굴 좀 풀어.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 배고파서 그래. 그러자 남편이 점심에 햄버거 사 먹자. 고 한다. 그래서 풀렸다. ㅎㅎ


 와, 놀랍게도 그 말 한마디에 다 사라졌다.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진짜 배고파서 그런 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니까. 자신은 배고픈지 인식하지 못해도, 몸은 아는 거다. 배고픔이 신경을 에민하게 만들고, 작은 일에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주는 계속 야근이 예정되어 있고, 나는 절대 배고픈 상태를 만들지 않을 거다. 나도 살고 내 주변 사람들도 살아야 하니까. 먹는 게 보일 때마다 부지런히 먹어주겠다. 살찌는 건 지금으로선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힐링이 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