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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Dec 28. 2023

어른 김장하

감동 실화

 새 날이 밝았다. 하늘은 화창하고 햇볕은 따스하고 눈부시다.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순간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그렇다. 일하다가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 잠시만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어른 김장하>영화를 어제 보고 울컥했었다. 참 훌륭한 분이구나 싶었는데, 그 제자가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펑펑 눈물이 났었다. 그 감사가 나를 감동시켰다. 다른 선생님은 김장하 선생님이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울컥했다고 하던데, 사람마다 감동포인트가 다른가보다. 


 자기 것을 나누어 주는 사람은 감사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것을 받은 수많은 사람 중에서 일부는 감사함을 느꼈고, 그 중에서도 일부가 감사를 표하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오거나 인터뷰에 응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 그 말에 담긴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진학을 고민하던 학생은 김장하 어르신의 장학금으로 걱정없이 대학공부를 마치고 사회의 한 자리를 맡아 살아간다. 문득 문득 그 어려웠던 시간을 헤쳐나가게 도와준 어르신이 생각날 것이고, 그러면 감사한 마음이 밀려올 것이다. 그리고 그분께 감사를 표하면, 그분은 그러신다. 나한테 갚으려고 할 필요 없다. 정 갚고 싶다면 사회에 갚아라. 


 하지만 감사한 마음이 들면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 표현을 하고 싶은 거다. 어르신에게 선물도 드리고 싶고, 감사하다고 인사도 드리고 싶고, 어르신을 기쁘게 만들어드리고 싶어진다. 그 에너지의 방향을 틀어서 눈물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일을 하셨기 때문에 김장하 어르신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셨다. 아이들이 물었다. 이 영화의 주제가 뭐예요? 다큐 같은 영화를 보고 아이들은 이게 영환가 싶었나보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본 00이가 이 어르신의 이야기를 보고 이 어르신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거지. 라고 답해주었다. 


 사람도 좋아하고 친구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해서 집에서 뱀도 키우고 벌레도 키우는 00이는 이 영화가 영 별로인가보다. 아마 제대로 다 안 본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어르신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느정도 힘드셨을까? 전혀 모르겠다. 자신의 욕망과 싸우신 적도 있었을까? 편안하고 안락한 삶, 더 나은 것에 대한 욕심이 들기도 하셨을까? 높아지고 싶은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으셨을까? 그냥 그런 인물로 타고나신 걸까? 


 나는 힘들게 살고 싶지 않은데, 힘들게 살고 있다. 오히려 그것과 싸우다보니 힘들어지는 것일까? 아예 욕망과 욕심을 내려놓으면 더이상 싸우지 않으면 가벼워질까? 그런데 그 내려놓음이란 게 가능하긴 할까? 


 일이 바쁘고 일이 없으면 또 일을 만들어내는 나는 그런 여러 번민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바쁘게 살면서, 내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들을 외면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원초적인 욕망만 채우면서 말이다. 


 지금은 또 바쁜 일을 외면하고자 이 생각에 폭 잠겨 있다. 여기서도 도망치고 저기서도 도망치는 늘상 도망만 치는 겁쟁이 같다. 일단 점심을 먹고 다시 일 속으로 슝~ 도망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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