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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an 08. 2024

사주와 진로

역마살

 관상보다는 심상이 중요하고, 사주팔자보다는 대운의 흐름이 중요하고, 길하거나 흉하거나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보다 그 사람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길하면 때를 충분히 누리고, 흉하면 주의하고 조심하며 흉을 최소화해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주 공부가 너무 어렵다. 공부하다보면 맞는 것도 있고, 안 맞는 엉뚱한 것도 있다. 너무 잘 맞아서 속상한 때도 있고, 안 맞아서 다행이다 싶은 때도 있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렵지만, 그래도 계속 해 보고 싶은 이유는 나와 내 가족이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며칠 열심히 들여다보고 얻은 것은, 둘째와 셋째가 다 독립적인 일이 맞고, 교육이나 공무원이나 사람의 생명과 관계있는 일을 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둘 다 최근에 진로 희망이 바뀌어서 교사라고 했는데, 그 길이 잘 맞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둘째는 항상 밖으로 나돌아다니는데, 알고보니 역마살이 있었다. 매일 친구를 만나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갔다 오고 나갔다 오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렇게 친구가 좋은가. 첫째는 친구를 좋아하지만, 반드시 나가지는 않고, 통화를 길게 한다. 그런데 둘째는 어디라도 나가야 한단다. 답답하다고 그런다. 우리 집의 통금은 10시인데, 이 통금도 둘째가 투쟁으로 얻어낸 결과이다. 결국 내가 졌다. 겉으로는 10시로 타협을 한 거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내가 진 거나 다름없다.


 셋째는 신신병존이고 천간에 신금이 세 개나 있어서 마음에 걸렸는데, 생명과 관계된 일을 하다보면 업상대체(?)가 되어서 잘 살 수 있으려나 싶다. 교사보다는 의사나 간호사가 되어야 하나. 아님 한의사? 다 어려워보이는데.. 아직은 자라나는 새싹이라 그런 꿈을 가져보는 건 괜찮지만, 부모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이한테 큰 부담이 될 거라 생각 자체를 멈추어야겠다. 


 뭐든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의 꿈을 펼치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한계를 너무 많이 경험한 나로서는 아이에게 무슨 말도 해주기가 어렵다. 그저 자기에게 맞는 길을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자기 분수에 맞게 살며 적당히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애태우지 말고 영혼까지 갈아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들은 다 그런 바람이지 않을까. 


 결국 퇴사한 남편이 주식과 씨름하고 나는 말도 안 되는 것 알면서도 사주공부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 상황을 아느지 모르는지 자기의 하루를 나름 치열하게 살아간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이 있는 거다. 모두 자신의 몫을 살아가는 거다. 인생을 쉽게 사는 사람도 있을까. 일제강점기에 일본 유학을 갔던 윤동주는 시가 쉽게 쓰인다고 괴로워하다가 감옥살이 중에 죽었다.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마음이 불안하다. 또 주식이 잘못되었을까. 하지만 불안한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혼자 산다를 통해 연예대상을 탄 기안84가 소감에서 말한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때가 제일 행복한 때니까. 어떤 어려움과 시련이 닥쳐도 행복한 꿈을 꿀 거다. 불안과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나를 삼킬 것 같은 때에도 희망을 놓지 않을 거다. 내가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니까. 


 대동아전쟁을 겪은 외할머니는 당신의 십대 시절을 말씀하실 때 눈빛이 초롱초롱하셨다. 그 전쟁 상황에서 웃을 일이 얼마나 있었겠냐마는 할머니 기억 속의 십대 시절은 찬란했던 거다. 


 집에 가는 데 이런 전의를 불태워야 하다니. 그래도 어쩌나. 사랑하는 남편이고 사랑하는 아이들의 아빠이니 어쩔 수 없다. 힘들고 괴로워도 나는 또 내 남편을 선택할 거다. 나에겐 남편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 소중하다. 그의 힘든 마음을 다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면서 버티고 있어 줄 거다. 그게 내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아직도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싸울 때마다 떠날 거라고 소리를 질러 이런 말 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또 남아 있는 게 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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