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있다면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

by 글향기

분노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봐야겠다. 어젯밤 남편과 싸우면서 나도 그도 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정말 누구한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사건은 다 해결되지 않았으나, 나는 출근을 했고, 일을 하고 있으며, 틈틈이 책을 읽었다. 오늘 읽는 책은 <시작의 기술>이다. 개리 비숍이 저자다. 마치 역행자를 보는 것처럼, 저자의 자극적인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혼자 읽다가 피식 웃음도 나고. 비속어의 감정 정화 기능(?)이 이런 것일까.


인간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에 끌려가는 존재라고 한다. 마치 무의식의 꼭두각시처럼. 자동적 사고도 이와 비슷한 말일 것이다. 그런데 희망적인 소식이 있었다.



"다행히도 당신은 선택의 자유를 되찾아올 수 있다. "


나의 마음이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다른 선택을 내리면 된다고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상대에 대한 기대를 버리면 어떤 일이 펼쳐지든 그냥 받아들일 수 있단다.


가령, 나는 나의 배우자가 나에게 친절하게 말하고,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들어주길 바란다. 헛된 기대다. 그런데 늘 이런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 매번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한다. 그러면 상대도 같이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게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어쩌면 정말로 내가 그 사람을 화나게 만든 것일 수도 있구나. 허걱.


암튼 그런 기대를 버리고, 기대 따위를 하지 않으면, 남편이 감정적으로 삐치든, 분노하든 그냥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런 기대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그런데 사람인지라, 내가 그에게 잘해 주면, 나도 좀 받고 싶지 않나? 그런 마음이 크면 상대가 그만큼 안 해 줄 때, 원망과 억울함이 클 것 같긴 하다.


나부터 기대를 놓아줘야한다. 변화는 항상 나부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내가 멀쩡해 보이겠지만, 사실 멀쩡하지 않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불안도 있고, 우울도 있고, 가끔 충동도 있고. 때로는 약도 먹는다.


힘들어하는 남편보다 나의 힘듦이 더 크게 보여서, 훨씬 더 크게 보여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어젯밤엔. 왜 나는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이제 그만 힘들고 싶다!를 외쳤다. 밖으로도 속으로도. 그만 세상을 하직하고 싶은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된다. 나에겐 사랑스런 아이들이 있다. 내 인생도 소중하다.


이 모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울함이 있는 남편이 최근 힘든 일을 겪고 있으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나 자신도 이런 저런 일들로 바쁘고 피곤해서 작은 스트레스도 그냥 넘길 수가 없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찌보면 이것도 살아 있으니까 겪는 일이고.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때가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 행복하게 살고 싶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고. 누가 들으면 웃겠지만-나는 현재 44살이다-. 그러니 이런 고통도 겪어내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이 행복과 함께 찾아올까? 어떤 큰 기쁨 앞에 다양한 색깔들의 고통들이 줄지어 있을까?


두려움은 신장을 좋지 않게 만든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 신장이 이 모양인가? 겁쟁이인 나는 매사가 두렵다. 어제의 싸움도 사실은 나의 두려움에서 출발한 거다. 알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거라 믿었고, 믿고 싶었다. 근데 정말 그거였나?


남편은 나를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고 있다. 최선을 다해 견뎌 주고 있고. 다만 못 견딜 때가 가끔 있다. 너무 최선을 다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기대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냥 같이 있자. 힘들면 좀 떨어져 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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