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것은 무엇일까

질문 1

by 글향기

나답게 살라는 말, 참 많이 읽고 들었다. 들을 때마다, 고민이 되었다. 그럼 나다운 건 뭘까? 나답게 사는 건 또 무엇인지.


이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정답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말해줄 수 없다는 것. 그래도 물어볼 수는 있다. "OO아, 나는 어떤 사람이야?" 어떤 책의 저자는 이메일로 지인들에게 자신에 관해 적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단다. 장점 단점들도 합해서 말이다.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요즘 내겐 없다. 가족, 직장 동료, 교회 사람들. 그 중에 가족들은 한번씩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에 관한 정보를 들려준다. 지난 달에 첫째 딸이 하는 말에 현타(?)-이때 쓰는 말인지 확신이 없다.-가 왔다. "엄마는 확실히 느려." 뭐라고? 사실 나도 알고는 있었다. 똑같이 맛집을 검색해도 항상 남편에게 졌다. 정말 열심히 손가락을 놀렸는데요, 매번 남편의 속도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때마다 나는 의아했다. 왜 내가 먼저 찾아지지가 않지? 내가 원인인지도 모르고.


결혼 후 시댁에 가서 설겆이를 하면, 어머니는 뭔가 많이 참으시는 것 같아 보였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아직 서투르니까. 점점 잘하게 되겠지 라고만 생각했지, 내가 느리다고는 생각하질 못했다. 그리고 아무도 내가 느리다고 말해주지도 않았다. 나도 묻지 않았지만.


말하는 게 느리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느리다고 표현한 적은 없다. 최쌤은 차분하니까. 그랬다. 당신은 느긋하니까, 하고 남편은 그랬다. 학창시절 다리가 길다고 릴레이 선수로 뽑혔을 때, 나는 달리기 못 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아이들이 나를 기어코 선수로 내보냈을 때, 내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모두 엄청 답답해했다. "OO아, 열심히 좀 달려!" 그런데 나도 답답했다. 나는 열심히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가 느리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아니 깨닫게 되었다. 아! 그렇구나. 나는 느린 편이구나. 확실히 느리구나. 하지만 나는 성미가 급한 편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지 이해하긴 어렵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두번째는 막내가 얼마전에 한 얘기다. "엄마는 매일 달라." 어떤 날은 밝고, 어떤 날은 무겁단다. 그런가? 그것도 잘 몰랐건데, 막내가 한 말 때문에 찬찬히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그럼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난 내가 늘 비슷하다고 느꼈다. 매일매일 비슷한 컨디션에 비슷한 감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피곤하고, 한번씩 농담하고 웃고, 장난치고 그럼 된 거 아닌가? 그런데 막내가 알아차릴 정도로 내가 감정기복이 있는 사람이라니! 직장에서 나는 차분하고 쉽게 동요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속은 그렇진 않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속은 시끄럽다고 말을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내버려두었다.


그런 내가? 막내한테 들킨 것이다. 막내라서 들킨 것일까? 아이들은 순수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암튼 나는 느리고, 감정기복이 있는 사람이다.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한참 부족하니, 나란 사람을 더 연구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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