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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Feb 06. 2024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방법

하기 싫은 일 투성이다.

 사는 게 복잡하다. 그래서 자꾸 단순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 


 뇌는 자꾸 자동화 단순화를 향해 움직이는데, 이제 이정도면 자동화되어서 힘들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어째 삼시세끼 밥하는 건 매번 귀찮고, 막내를 목욕시키는 일은 매번 힘들까. 고양이 밥을 주고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도 그렇다. 5분도 안 걸리는 일인데, 매번 망설이게 되는 건 나의 게으른 성격 때문일 거다. 


 예전에 육아 때문에 한창 힘든 시절에 어떤 책에서 그랬다. 힘들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라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라고 했다. 뭔말이야 했지만, 정말 좋은 방법이었다. 밥하기 싫을 때, 그냥 생각을 접고 하기 시작하는 거다. 일단 하는 거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나보다. 


 그래, 생각을 멈추자. 해야 되는 일은 그냥 하자. 생각을 잠시 멈추면 할 수 있다. 


 남편 주식과 벌려놓은 부동산, 아이들 공부, 막내의 친구관계 등등 하나를 걱정하기 시작하면, 그 걱정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이 답답해진다. 세상이, 인생이 갑자기 확 무거워지고 더이상 버틸 수 없겠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럴 때는 생각을 훌훌 떨쳐 버려야 한다. 옷에 묻은 먼지 털듯이. 아이들은 자기 인생을 각자 잘 살고 있다. 나는 그냥 평범한 부모이고, 욕심을 부려봤자 간섭밖에 안 된다. 아이들이 자기 인생을 살도록 그렇게 지켜봐주고,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자. 잘하면 칭찬해주고, 못하면 위로해주고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그렇게 부족하고 모자란 대로 나도 같이 흘러가자. 이정도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무거웠던 짐이 어느새 가볍다. 


 남편 주식과 부동산은 시간이 가야 한다.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결될 일이다. 하나 하나 해결해 가면 된다. 다 물려 있어서 어느 것 하나 지금 정리할 수 있는 게 없다. 다 들고 가야 한다. 이미 남편은 손해를 많이 보았지만, 더이상은 보지 않도록 들고 가야 하지 않나? 왜 나는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들릴 것만 같을까. 지나치게 낙관적인가. 그래도 지금은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또 한결 가벼워진다.


 이렇게 현재를 버티고 하루 하루를 지난다.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 있고, 내 키를 거의 따라잡았다. 가정 예배를 드린다고 옹기종기 모여 앉으니 새삼 신기하다. 우리 애들이 이렇게 많이 컸구나. 나는 이렇게 많이 나이들었고. 세월이 비껴갔으면 좋겠지만, 요즘 거울을 보면 부쩍 내 얼굴도 나이가 들었다. 이젠 어떻게 해도 부정할 수 없는 40대 중반. 막내가 결혼하고 안정된 모습을 볼 때까지는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얼마전 당뇨 수치가 경계선에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도 이만하면 건강한 편이니까 운동을 좀 하자고 생각을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려면 이 정도 주저리주저리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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