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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Feb 08. 2024

비타민을 먹으면

건강해질까

 비타민 b,d는 우울증을 예방한다고 한다. 이미 우울하면 치료도 될까?


 지금이라도 종합 비타민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뭐든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라 먹기가 두려운데, 어제 누가 그랬다. 나이가 들면 영양제를 먹어줘야 한다고. 안 그럼 치료비가 더 많이 나온다나.. 지인이 먹는 영양제가 뭔지 물어보니, 오메가3, 종합미타민, 루테인, 마그네슘, 다섯가지였는데, 하나는 뭐더라.. 기억이 안 난다. 오메가3는 콜레스테롤 때문에 먹어야 하고, 비타민은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야 하니까 먹고, 눈 영양을 위해 루테인을 먹고, 마그네슘은 뼈 건강을 위해서 먹는 건가? 


 나는 영양제를 하나도 안 먹는다. 빈혈 때문에 몇달 동안 철분제를 먹었더니, 빈혈 수치가 좋아졌다. 그래서 이젠 안 먹고 있고, 종합 비타민은 먹고 더부룩해서 안 먹는다. 아직 크게 아픈 데가 없어서 그런지 나중에 아플 것보다 지금 소화 안 되는 것이 더 무서워서 먹질 않는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하던데, 내가 너무 안일한가보다. 당뇨는 조금 걱정인데, 그래서 매주 한 번은 등산을 가기로 했다. 


 자연적인 게 좋은데..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정말 아프면 뭐라도 찾게 되지 않겠나. 나도 아픈 건 정말 싫다. 얼마나 겁쟁이였는지, 첫째둘째는 모두 무통으로 분만했지만, 셋째넷째 때는 쌩으로 낳았는데, 그때 진통이 너무 힘들어서 옆에 서 있는 남편한테 나 이제 못하겠다고 엉엉 울었었다. 진짜 너무 아픈데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출산은 고통 뒤에 귀여운 생명을 만나니까 보람있는 고통인데, 진짜 병이 들어서 병원에서 아픈 검사를 받고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맞으며 버티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얼마 전 시아버지의 건강검진 결과를 어머니께 들었는데, 좋지 않다고 하셨다. 근데 충격받을 새도 없이 어머니는 우리 둘 다 연명치료는 거부하기로 서명한 상태라고 말씀하신다. 병원에서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는데 한사코 안 간다고 하셔서 어머니도 포기하셨다고. 지금 아픈 데도 없고 밥도 잘 잡수시고 편안하게 사시니까 이대로 있다가 정말 아프게 되면 짧게 아프고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신다. 그래서 요양 보험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셨다. 슬프고 어쩌고 할 새가 없이 이미 상황이 종료된 느낌이었다. 어떻하냐고 걱정스런 말 할 새도 없었다.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정말 꼿꼿하고 정정한 분이신데,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나 흘렀다. 결혼한 지 16년, 항상 나에게는 오냐 오냐 하시는 아버님이신데,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담배를 끊으셨다는 걸 알아챘다. 식사 후에 항상 밖에 나갔다 오시곤 하셨는데 안 그러시는 게 뭔가 어색하다 싶었더니, 결과를 들으시고는 담배를 바로 끊으셨단다. 평생 즐겨하셨던 일을 끊으시고 더 힘들어지신 건 아닐까. 어머니가 아버님을 워낙 잘 챙기시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행복하게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다. 


 내 사주를 보면 무병장수할 팔자는 아니라고 나온다. 사주가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알고 나니 건강 염려증이 오히려 좀 줄어들었다. 막연할 때는 막 붙잡아야 할 것 같았는데, 뭔가 알고 나니까 내려놓게 된달까. 그게 유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연연해하지 않게 되는 점은 좋은 것 같다. 아직 창창한 나이인데, 자꾸 뭔가 내려놓게 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또 현실에 돌아오면 욕심을 부린다.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면 나도 좋은 걸 더 갖고 싶고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도 또 생각해 보면 모든 걸 가진 사람은 과연 나보다 행복할까? 어제 설 보너스가 들어와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일을 쉬고 있는 남편한테 3분의 2를 송금하고 괜히 뿌듯해서 혼자 미소를 지었다. 이런 행복은 300억을 가진 사람은 모르지 않을까. 나한테는 큰 돈이지만, 그 사람한테는 너무 작은 돈이라서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거다. 그런데 난 이 돈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진다. 일하는 게 힘들고 괴로울 때는 있지만, 일을 다 끝내고 쉴 때는 그 휴식과 주말이 너무 달콤하다. 힘들게 일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해가 뜨기 전에 가장 어둡다고 했다. 진짜 행복은 고통 뒤에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항상 고통 속에서만 사는 사람에게는 이런 소리가 복에 겨운 소리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그런 것 같다. 


 퇴근하고 와서 남편에게 계좌확인을 해보니 즐겁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남편의 대답은 뜻밖에도 주식에서 큰 돈을 잃고 보니 모든 돈이 작게 보인단다. 이럴수가. 알고보니 그는 부자였다. 나는 큰 돈도 좋지만, 작은 돈도 좋은데.. 남편이 작은 돈에 행복해지려면 우선 주식의 손실이 해결되어야만 하나보다. 그래도 남편은 애들만 보면, 애들하고 함께 하는 시간에 항상 나보다 행복해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다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니까. 그래서 사는 걸거다. 


 일단 오늘까지는 어제의 보너스로 행복해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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