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향기 Apr 11. 2024

새로운 취미

수학 공부

 이제 고등학교 생활에 익숙해졌다 싶은 큰 아이에게 요즘 힘든 것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수학이 어렵다고 수학 과외를 시켜달란다. 학교 선생님께 질문할 시간이 너무 없다고 한다. 모르는 게 많은데 일일이 다 물어보기도 그렇다고. 그래, 공부하고 싶다는데 해줘야지 싶었다. 


  그리고 친구가 한다는 과외 선생님에게 같이 배우고 싶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는 친구가 과외를 그만하고 싶어 한다고 자기도 안 하겠단다. 그럼 어쩌지, 새로 선생님을 알아봐야 하나 하다가 내가 한번 봐줄까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문제집을 들고 왔다. 보니까 하나도 모르겠는 거다. 문과여도 나름 수학을 열심히 했었는데.. 


 잠시 당황하다가 개념서를 가지고 와 보라 했다. 그리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시험 범위가 이차방정식이란다. 뭐가 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복소수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거다. 마침 읽던 소설도 다 읽고 뭐 할까 하던 차에 오후 내내 복소수부터 이차방정식까지 씨름을 했다. 


 잡생각이 사라졌다.  문제가 잘 풀릴 때마다 즐겁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느낌도 좋았다. 예전 기억도 새록새록 났다. 전혀 생소한 듯한 공식이 조금씩 기억이 나고 어느새 익숙해졌다. 응용하는 것까지는 아직 어렵지만, 기본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수준으로 내 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까 싶다가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재밌어서 그렇다. 


 그러고 보면 공부만 하던 때가 좋았는데 싶다.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했던 때가 있었다. 나름 그 생활에선 친구 관계나 선생님 관계 등 나름 고민거리가 있었겠지만 그런 건 별로 기억이 안 나고 세상 걱정 없이 공부만 해도 괜찮았던 그 시기가 참 좋았던 것 같다. 독서실에서 공부보다는 수다를 더 많이 떨고, 간식 사 먹고, 그때는 돈 걱정도 안 했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은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우리 집 형편은 분명 좋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건 부모님의 영역이었고, 부모님도 나에게 크게 내색을 안 하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철 없이 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매끼 밥을 신경 쓰고, 빨래와 청소에, 벌여놓은 부동산 수습에.. 알고 보면 나는 능력자다. 그렇게 만들어져 왔다. 그게 일상이다. 


 우리는 얼마나 복잡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매일 산더미처럼 몰려온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걸 내가 다 해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잘하고 못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어쨌거나 그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내 모습이 가끔 신기할 때가 있다. 나 만능이네 싶은 거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고 기계가 아니라서, 심지어 기계도 많이 돌리면 고장 나는 데, 사람이니까 제때 적절히 쉬어줘야 한다. 영양가 있는 음식도 먹어줘야 하고 마음의 힐링 시간도 가져야 한다. 운동은...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알게 된 내 힐링 시간은 이제 수학공부로 채워질 듯하다. 신서유기도 많이 봤고 유튜브 뜬뜬도 많이 봤고, 읽을 소설도 못 찾아서 쉬는 시간에 이제 뭐 하지 했는데 너무 좋다. 얼른 집에 가서 다시 수학 책을 펼쳐놓고 잠시 숫자의 세계에 빠져 있고 싶다. 


 사주 공부를 잊어버릴 만큼 재미있는 걸 찾다니, 남편이 무척 기뻐할 거다. 그가 기쁜 것이 나에겐 행복이다.


 

 

작가의 이전글 복권 당첨 가능성 높은 사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