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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Apr 17. 2024

적(원수) 중심의 생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책의 두 번째 습관,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는 챕터의 내용 중에 이런 게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지만 누구나 하나의 생활 중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생활 중심은 우리 삶의 모든 국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배우자 중심, 어떤 사람은 가족 중심,  또 어떤 사람은 금전 중심이거나 일, 소유 중심, 어떤 사람은 쾌락 중심의 생활을 살아간다. 그런데 나는 적(원수) 중심의 생활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배우자가 아니라 원수.

 

 실제로 나의 남편은 꽤 좋은 사람이다. 딱 그런 날만 빼면. 그 외에는 대체로 훌륭하다. 그런데 딱 그런 날 때문에 나의 모든 신경은 남편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잘 맞춘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신경을 지나치게 쓸 뿐이다. 그리고 그 신경 쓰느라 에너지를 많이 써서 금방 피곤해지고 짜증이 돋는다. 그리고 남편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어이없지만.


 나의 대부분의 행동은 적에 대한 방어가 목적이어서 눈치를 보고 그러다가 오히려 짜증을 내는 것이 반복되었다. 목적은 분명히 남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잘 맞추어서 평안한 생활을 하는 것인데, 왜 결과는 항상 그 반대일까. 생각해 보면 그건 사랑에 기반된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큰 동기는 나를 지키기 위한 거였다.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두려운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과는 항상 안 좋았다. 내가 원하지 않던 그 상황이 또다시 발생했다. 두려워하던 것이 기어코 나를 쫓아와서 내 목덜미를 잡아버리는 느낌이다. 도망칠 수가 없다. 매번 또다시 그 수렁에 빠지고 만다. 


 이유가 뭘까. 나는 분명 노력했는데. 왜 일이 이렇게 돼버린 걸까. 그러고 나면 또다시 노력한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자고 굳게 다짐하고 더 열심히 비위를 맞추기 시작한다. 좀 더 세밀하게 그의 눈치를 살핀다. 그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애쓴다. 나의 모자란 부분을 돌아본다. 작은 가시에도 번쩍 정신이 들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빠르게 생각한다. 그리고 재빨리 사과한다. 


 적다 보니 안타깝긴 한데, 이 모든 게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사랑할 줄 몰랐고, 나 자신밖에 볼 줄 몰라서 그의 아픔과 그가 진정 바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채워줄 수는 없다. 그건 그의 몫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가진 아내인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님이 우리를 짝지어 주셨고, 그래서 하늘에서 부여한 책임이라고는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내가 그를 선택했고, 그도 나도 함께 행복하기를 내가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 두려움보다는 사랑을 선택하고 도망보다는 아픔을 선택해야 한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어린아이 같이 미숙해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이걸 깨닫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알았다고 해서 바로 실천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시간은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내 선택은 여전히 그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네 아이를 품듯이 내 남편도 품을 수 있다면 좋겠다. 언젠가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도 성숙하고 나도 성숙하고. 그래서 우리 가정이,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1 만큼만이라도 살기 좋은 곳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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