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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Apr 16. 2024

책임과 변명의 사이에서

우울감 극복 중

 그런 게 아니다. 

 이건 나를 비난하는 스스로의 공격에 대항하여 변명하는 나의 목소리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었다는 내 변명은 사실 공허하다. 그러려고 그랬든 아니든 결국 내 선택의 결과는 내 책임이기 때문이다.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문제는 한없이 가라앉는 나의 감정이다. 자꾸 우울해진다. 그러면 안 된다. 우울해하다가 지금 해야 하는 일들도 잘못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잘 해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직장도 가정도 나의 건강도. 정신을 다시 차려야 한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보길 원하는 나의 성향은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 자꾸만 극단으로 치달아 모 아니면 도로 판단해 버리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고 하니, 전체를 볼 수가 없다. 


 감정이 바닥을 치고 절망적인 느낌이 드는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에게도 여전히 괜찮은 점이 있고,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이 한없이 모자라서 쓸데없는 존재 같은 느낌이 들 때에라도 여전히 나에게는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있다.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려고 하는 것은 사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 아님을 깨닫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래도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나를 확인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이타적인 사람인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모든 게 어쩌면 나를 위한 동기로 행동하는, 이기적인 사람은 아닐까. 사실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겠지만, 간혹 다른 사람 안에서, 또 내 안에서 아주 작은 이타심을 발견할 때,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 한 곳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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