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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현 Oct 24. 2022

절대적인 믿음이 무너질 때

수정가능성이 열려있는 물고기 | 룰루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 분류광이 있었습니다. 평생을 그것들을 분류하며 만족감을 얻었어요. 자신의 눈에 ‘부적합한’ 것들을 하나하나 치워갔어요. 자신의 사상을 위해 젊은 여자를 강제로 불임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후에 그가 믿던 신념, 분류했던 물고기들은 모두 쓰레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이 책은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그것의 위험성과 결과를 보여주며 각성을 촉구합니다.


기준에 따라 열성인구의 교배를 통제해야한다

우리가 도달한 가장 높은 발전단계에서도, 만약 당신이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정부는 당신을 집에서 끌어내 당신의 배를 칼로 긋고 당신의 혈통을 끊어버릴 권리를 지금도 갖고 있는 것이다.

'우생학' 들어보셨나요?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해야 한다는 믿음. 우수한 인구는 서로 교배해 성질을 유지하고 열등한 인구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구증가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나치는 그를 위해 인종 개량, 강제수용, 집단학살 등의 방법을 썼죠.

데이비드 조던은 옳다고 믿는 일에 필사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믿은 우생학과 분류한 물고기들에 이상하리만큼 집작이 강했습니다. 자연재해로 자신이 모았던 물고기들이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조차 다시 하나하나 주워 담으며 일을 해나갔습니다.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마치 전리품처럼 높이,  높이 쌓아가며 전시했다.”


그가 정했던 분류는 정말 옳았을까?

현대에 와서 그가 믿었던 신념은 몰락했고 물고기는 분류학적으로 없는 종이 되어버렸습니다. 과거에 물고기라 부르던 것들의 유전적 형질이 모두 달랐어요. 대표적으로 "폐어는 비늘과 외피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같은 ‘물고기’인 연어보다 포유류인 소와 가까운 관계"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범주는 저한텐 무의미합니다. 결국 이 책에서 전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게 됐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사람은 관계 속에서만 중요해진다.

이 세 문장은 작가의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합니다. "하나의 정답만을 믿는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한다. 우리는 소중하지 않지만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소중해진다."


여러분은 어떤 물고기를 정답으로 믿고 있나요? 작가의 말처럼 시야를 넓히고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이 될 것입니다. 항상 자기계발서만 읽다가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는데 생각하는 바가 많아집니다. 이런 경험도 제 물고기를 버리고 다양한 것들을 수용하는 경험이겠죠?

(다음 시간에는 '불편한 편의점'을 리뷰해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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