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by 이백지

아들은 대답했다.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아."

"아니 하나만 골라봐 엄마야 아빠야??"


엄마의 유도 질문에 아들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매 번 아빠라고 답하던 아들은 대답 직후 훈육의 방에 들어가 엄마에게 모범답안을 배우고 나서 엄마가 원하는 올바른 답안지를 체득하게 되었다. 반면 딸은 진솔하게 이야기 한다.


"나는 엄마가 많이 좋아. 아빠는 쪼꼼 좋아"


엄마가 첨언한다.

"그럼 아빠가 속상하잖아. 저번에 다윤이가 아빠가 자길 안 좋아하는 거 같다고 엄마한테 말했잖아."

딸이 그렇게 말했다니 좀 미안했다. 아무런 대가없이 사랑받아야 할 나이에 아빠의 표정과 눈치를 살피는 딸이 강아지의 눈빛 같았다. 딸의 느낌이 어느 정도 일리있는 말이라 더 미안하다.


'그렇게 느꼈다니 좀 미안하군'


딸의 애정은 엄마와 닮아있다. 가두리 양식장 사장님처럼 상대를 통제하려 든다. 화장실까지 가는 길도 업어주길 원하고 양치하고 행구는 물컵의 물도 아빠가 대신 떠주기를 바란다. 이런 부탁들을 들어주다가는 딸 아이가 엄마처럼 될까봐 거절해왔다. 욕심이 많은 딸보다 양보할줄 아는 아들의 편에 섰던 아빠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린 딸의 마지막 편은 자신과 닮은 엄마였던 것이다.


아빠는 딸을 데리고 훈육의 방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아마도 15년 후엔 딸이 아빠의 손을 잡고 아빠를 훈육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빠, 엄마한테 그렇게 하면 안되지!"


성인이 된 딸이 엄마를 변호해주고 있을 모습이 그려진다. 예쁘게 행동하고 말해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아빠의 태도는 딸 아이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얼마 전 회사 동료가 점심 먹다 물어본 게 생각이 난다.


"넌 딸이 너보다 네 다섯 살 어린 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면 어떨 거 같아?"


"자기가 좋다하면 결혼하는 거지 뭐, 부모가 나서서 뜯어 말리고 감놔라 배놔라 할 필요있나?"


"선배님 그럼 경제력 없는 남자랑 결혼하겠다 하면요"


"아, 그건 좀 고민해 봐야겠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사촌 동생이 떠올랐다. 남편이었던 사람이 장인어른에게 돈 좀 꿔달라고 부탁했던 일화가 떠올라 이모부의 모습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점심 밥맛이 떨어졌었다. 안타깝게도 사람을 볼줄 아는 눈은 쉽게 체득되지 않는 기술이다. 나 역시 그렇고 나 역시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남편으로도 아빠로도 말이다.






아무 이유없이 행복할 시기에 상대방의 심기나 눈치를 파악하는 재주는 엄마와 딸의 재능이다. 아빠와 아들은 대체로 이유없이 행동하고 말하는 듯하다. 내면의 이유는 함구한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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