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을 찾아야 한다. 늘 그래왔듯이'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둘째가 서럽게 울었다 한다. 지난 주에도 어린이집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여 꾸지람을 듣고 오랫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엔 6층 누나 형과 놀고 싶었는데 6층 아이들이 감기 기운이 있어 밖에 나오지 않아 함께 놀 수 없어 속상했던 모양이다. 아이 엄마는 어린이집이나 태권도장에서부터 무언가 속상했던 일이 겹치고 겹쳐 울음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해 이것 저것 물어보았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한다.
아이를 씻기며 물었다.
"어린이 집에선 재밌었어"
"응, 재밌었어"
"그럼 태권도는 어땠어?"
"힘들었어"
지난 달부터 태권도가 힘들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다섯 살 아이에겐 무리였나보다. 체력이 좋은 첫째와 달리 둘째는 체력이 약하고 움직임이 큰 동작들에서 근육의 부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많은 힘을 쏟은 날엔 근육통을 호소해 잠들기 전까지 다리를 주물러 주기도 했다. 나 역시 어릴 적 몸에 자리한 근육의 양이 적고 활동양이 많았던 시기 밤마다 근육통에 시달려 울면서 잠을 자곤 했다.
둘째는 좀 더 활동양이 적은 배움을 권해야겠단 생각에 미술과 음악을 떠올렸다. 나는 치료의 도구로 쓰이는 미술보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음악, 가장 기본이 되는 피아노 학원을 제안했다.
"태권도 대신 피아노 배워볼래?"
아이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아직 첫째는 태권도를 재밌어 한다는 점이다. 성향이 다른 둘을 억지로 같은 학원에 보낼 수야 없겠지만 태권도 학원의 장점은 다른 학원에 비해 교습비가 저렴하고, (인당 15만 원) 어린이집에서 픽업해 집까지 하원을 도와준다는 점이다.
아이 엄마에게 피아노 학원의 위치와 상호, 전화번호를 공유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통학버스를 운영하는지 여부와 교습비가 얼마인지 낮 시간 동안 알아봐 주길 바래서이다.
나는 직감하고 있었다. 둘째가 엄마에게 속상했던 일을 내비치지 않았던 건 지난 달 엄마의 입에서 태권도 학원이 가장 저렴하여 엄마가 돈을 벌 때까지 참고 다녀달라 말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아이 엄마가 직장 생활을 해보기를 8년을 참고 기다려왔다. 아빠는 아이 엄마에게 속상했지만 아내는 병원 실습 도중 의약품 성분과 이름을 숙지하지 못해 무시당한 하루를 괴로워 하고 있었다. 자존심 강한 사람이 무시를 받아서인지 맥주 두 캔이 식탁에 놓여 있었고 난 냉장고 안에서 고기를 꺼내 구워 먹었다. 아침은 아이들 간식으로 산 빵 두 개, 점심은 한솥 도시락의 치킨마요, 저녁은 내가 직접 구운 고기와 아내 술 안주로 보이는 샐러드와 아이들이 먹다 남긴 김, 어쩌면 둘째는 태권도장에서 재능이나 능력이 뛰어난 다른 아이들에게 무시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엄마처럼 말이다.
아빠는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저 생존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현충일인 어제 아이들과 함께 백화점 문화센터의 연극 공연을 보고 왔던 나는 오늘 다른 층 매장의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다시 들렀다. 어제의 고객은 상하차 물류 배송 차량이 되어 백화점에 재입고 되었다. 투잡으로 오후 반차를 내고 입고된 모양새다. 가장인 내가 방법을 찾아야만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엔 사랑이 담겨있다. 그 마음은 10년은 참고 기다려야 상대방 마음에 꽃을 피운다. 그 때 엄마와 아빠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셨구나 하는 사랑의 꽃잎 말이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부모는 그래야만 하는 존재이다.
늘 그래왔듯이, 너희들은 아빠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